코스피 1000선을 바로 밑에 두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 증시가 저가매수세 유입과 은행 국유화 우려를 완화시키는 벤 버냉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발언 등으로 3% 이상 급등하면서 25일 코스피도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리스크에도 1050~1060선에서 지수가 방어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연일 매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은 12일 연속, 투신은 8일 연속 매도에 나서고 있는 반면 개인은 8일 연속 매수로 대응하며 2조원 넘게 사 들이고 있다.

국내외 악재와 외국인, 프로그램 매도라는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데는 이같은 개인 매수세 유입이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시 수급이 외국인 순매도와 프로그램 매물 출회로 균형이 붕괴된 상황임에도 풍부한 매수 대기자금을 보유한 개인투자가들의 저가 매수 대응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개인이 본격 매수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 10일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는 포스코, KB금융, 삼성전자, 신한지주, 우리금융,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팬오션, 삼성물산, 한진해운 등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은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KB금융,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텔레콤, 삼성물산, 우리금융, 한진해운 등으로 개인 매매와는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개인들은 지수가 하락흐름을 타면서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서자 낙폭과대주 중심의 금융주와 경기민감주를 사 들인 반면 기관은 이들 종목을 지속적으로 매도한 것이다.

이처럼 산재된 악재 속에서도 개인들은 과감한 베팅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변수와 지수 저점을 확인한 뒤 행동에 나서라는 보수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주식을 산다면 경기방어주 위주의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박스권 흐름은 유효해 보이지만 신규 매수의 경우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금보유자라면 수출주보다는 우량내수주를 매수하는 투자전략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각국의 경기부양책은 수출보다는 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통신, 제약, 음식료 우량 기업들은 작년 4분기 이후 반등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어 저가매수 이점도 존재한다고 임 연구원은 설명했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국내외 변수들을 감안해 당분간 보수적 시장대응이 필요하며 상대적으로 투자매력도가 높은 전기가스, 보험, 의약, 통신 등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한 방어적 매매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외국인들이 12일째 국내 증시에서 팔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 기간동안 SK텔레콤, 현대중공업, NHN, 미래에셋증권, 현대미포조선, KT&G, 현대모비스, 고려아연, 신세계, 유한양행 등 경기방어주 중심의 종목들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려놓고 있음은 분명히 고려해 볼만한 요인이다.

박스권이 유지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1100선을 밑도는 지금 지수는 매수 찬스일 수도 있다. 하루하루 호악재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불확실한 장세 속에서 기관과의 싸움에서 개미들이 승리(?)할지, '셀코리아' 외국인의 러브콜 종목은 건재한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