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창조적인 작업이다. 지금은 없는 새로운 상품,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해 지금껏 접촉하지 못한 고객까지 새롭게 창출해 내는 힘든 일이다.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어지간해선 이뤄내기 어렵다.

혁신이 어려운 것은 혁신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할 모두가 바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자기에게 떨어진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부서마다 단기목표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으면 미래는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그래서 혁신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3M이 모든 연구원들에게 업무 시간의 15%는 일과 관련이 없는 데 쓸 수 있도록 배려한 '15% 규칙'을 만든 것이나,구글이 이를 '20% 규칙'으로 높인 것은 모두 이런 맥락이다.

'해커,디지털 시대의 장인들'을 쓴 핀란드의 천재 페커 히매넌의 말을 들어보자."정보경제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성의 요소는 창의성이다. 촌각을 다투는 조급함이나 출퇴근 시간처럼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는 흥미로운 그 어떤 것을 창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

비교적 개인 중심적인 서양문화에서도 이 정도니 집단적 성향이 강한 우리 문화에서는 개인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더욱 어렵게 돼 있다. 어쩌다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해도 실현은 또 다른 난제다. 남들이 다 알아 듣는 정도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게 되고,반대로 남들이 못 알아 듣는 혁신 아이디어라면 자금을 따내기도,전담팀을 꾸리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니 CEO가 아무리 '창의적인 혁신문화'를 외쳐도 여간해서는 좋은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돌격대다.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있는 혁신전담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팀은 어떤 아이디어를 내도 비난받지 않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장이 혁신전담팀 활동에 회사의 미래가 걸려있다며 힘을 실어주는 일이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마피아의 대부 알 카포네 체포에 나선 경찰을 그린 영화 '언터처블스(The Untouchables)'를 떠올려보라.'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불사조 같은 사나이들이라는 뜻인데,그런 이름을 가진 혁신조직이 있는 것만으로도 회사에는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사람 부족한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말한다면 곤란하다. 웅진씽크빅이 최근 만든 혁신전담팀 이름은 '이노오션(이노베이션+블루오션)'팀이다. 이 팀 사람들은 1년 내내 혁신아이디어만 고민하면 되는데 전 직원의 10%가 넘는 70명이 이 팀에 소속돼 있다.

미래 성장 엔진을 찾는 과제에서 사장이 할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돌격대를 만들고 훈련시켜 외치면 된다. "돌격 앞으로!"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