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전문 조사기관인 로이드리스트는 20일 "현대중공업이 최근 그리스 해운회사인 마마라스로부터 벌크선 두 척에 대한 발주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이 선박들의 가격은 각각 1억1000만달러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의 발주 취소에 관한 사항은 비밀조항에 묶여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 선박을 각각 발주한 이스라엘 해운선사인 짐 인터그레이티드 시핑 서비스사도 이날 텔아비브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지금까지 주문해 놓은 선박에 대한 계약 취소 및 인도일자 변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발주 계약을 맺은 물량은 총 41척이며,이 중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9척과 12척의 주문을 받아 선박 건조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금액은 각각 14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짐 인터그레이티드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박 발주 취소가 아닌 인도 연기가 협상의 주제"라고 말했다. 인도 연기 시점과 선박대금 결제 방식,선물환 계약 중도 해지에 따른 보상 문제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해운회사들이 잇따라 선박 발주를 취소 또는 연기하려는 것은 해운 시황 침체로 운임이 대폭 떨어진 데다 글로벌 금융 경색으로 선박 건조 대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계약은 해운회사의 부도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어느 한 쪽의 계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며 "해운사가 취소를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대부분 선박 인도를 늦춰주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