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주장(珠江)삼각주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것은 한국 기업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

홍콩 행정수반인 도널드 창 행정장관(65 · 사진)은 20일 이틀간의 방한 일정을 끝내고 귀국하기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생산비 절감에 기여해 세계 공장이 된 주장삼각주는 이번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홍콩-주장삼각주 경제권을 2020년까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갖춘 환경친화적인 경제권으로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과 중국 간에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한 CEPA(긴밀한 경제무역협력협정)를 체결했기 때문에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은 한국 미국 유럽 등 국적을 불문하고 중국 시장 진출 때 특별우대를 받을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붙였다 떼기 쉬워 넥타이 맬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매고 다닌다는 나비 넥타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가난으로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1967년 공직에 입문한 뒤 타고난 성실함과 영민함으로 1971년 행정관으로 발탁,엘리트 관료의 길을 걷게 된다. 1995년 9월 홍콩인으로는 처음으로 홍콩 재정사장(경제부총리격)직을 넘겨받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2005년 3월 둥젠화 당시 행정장관이 건강을 이유로 사임한 이후 행정장관에 올랐다.

그는 "낮은 세금과 작지만 창의적인 사고가 결합할 때 경기를 크게 부양할 수 있다"며 지난해 40%의 와인 수입관세를 폐지하고 홍콩 국제와인박람회를 개최한 사례를 들었다. 덕분에 홍콩의 지난해 와인 수입이 전년보다 80% 늘어난 3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아시아의 와인 유통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전날 회동한 게 세 번째 만남이라는 그는 "아시아 역내 무역과 투자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금융위기가 부각시켰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금융위기의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모두가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홍콩의 번영은 아시아 지역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며 아세안+3국(한 · 중 · 일)이 2000년 800억달러 규모로 출범시킨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 네트워크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협력체제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오광진/사진=양윤모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