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이나 커피숍에서 소설책만한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 노트북'의 일종인 '넷북(net book)'.대학생이나 20~30대 젊은 직장인은 물론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40~50대 중년층에서도 넷북 구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이 팔려 나갔으며,국내에서도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었다. 특히 최근엔 국내 노트북 판매대수에서 넷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넷북의 트렌드와 구입 요령 등을 정리해 본다.

◆단순 기능의 저가 미니 노트북

사실 넷북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탄생했다. 정보기술(IT) 소외계층인 후진국 어린이들을 위한 컴퓨터 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는 OLPC(one laptop per child,'어린이 한 명당 랩탑 한 대씩')재단의 주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넷북 탄생의 공로자다. 그의 100달러짜리 저가 보급형 컴퓨터 개발 계획에서 모티브를 얻은 IT 업체들이 단순 기능의 소형 저가 노트북을 내놓은 게 넷북으로 발전했다.

넷북 상업화의 불씨를 당긴 곳은 대만의 컴퓨터 부품업체 아수스.이 회사가 2007년 10월 내놓은 7인치 액정과 4GB의 SSD(solid state drive · 차세대 저장장치)를 갖춘 'EeePC'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출시 3개월 만에 35만대가 팔려나갔다. 이에 자극받은 인텔은 아예 지난해 3월 미니 노트북용 저전력 CPU인 '아톰'을 출시하면서 '넷북'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넷북은 인텔의 아톰 CPU와 7~10인치대의 액정을 갖추고 인터넷서핑,동영상재생,문서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무게 1㎏ 남짓의 미니 노트북을 일컫는 말이 됐다. 미니 노트북 중에는 200만원대의 고가 제품도 있지만,일반적으로 넷북은 가격대가 50만~60만원 선인 단순 기능의 저가 제품을 가리킨다.

◆어떤 제품이 있나

현재 가장 인기있는 넷북 제품은 삼성전자 NC10.비즈니스 노트북 스타일에 3개의 USB포트와 멀티카드 슬롯이 장착돼 있으며,화상채팅을 위한 130만화소 웹캠이 기본 탑재돼 있다. 저전력 LED 백라이트 LCD를 사용해 6셀 배터리로 최대 8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LG전자 엑스노트MINI X110은 최경량 모델의 경우 무게가 1.19㎏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게를 줄이기 위해 3셀의 배터리를 채택함으로써 사용시간이 짧은 것은 단점이다. 세련된 고광택 컬러 디자인이 눈길을 끌며,큼직한 자판을 채택해 타이핑 작업에 유리하다. 조중권 LG전자 홍보부장은 "넷북시장이 점점 커져 노트북 전체 판매대수의 30%에 육박하고 있다"며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3G모뎀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올 상반기 중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MSI 윈드LOVE는 상판에 하트모양의 무늬로 그려 넣어 여성 이용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화면 10인치 · 무게 1.3㎏의 넷북 평균 사양을 갖추고 있다. 국내 대기업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며,한글 타이핑도 쉬운 편이다.

상감기법을 활용한 도자기 무늬의 상판이 특징인 HP의 Mini 1001TU는 하드디스크(60GB)와 배터리(3셀)를 줄이는 대신 무게(1.11㎏)를 많이 줄였다. 스피커 일체형 힌지(노트북이 접히는 부분)와 풀사이즈의 키보드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넷북의 선두주자 아수스의 EeePC 1000H플러스는 배터리가 눈길을 끈다. 기본 6셀 배터리에 4셀 배터리가 추가 제공돼 최대 10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멀티 터치패드를 이용하면 손가락으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소니의 첫 넷북인 바이오P는 소니의 강점이 디자인이 눈에 띄는 제품이다. 흡사 여성용 장지갑을 연상케 하며,무게도 620g으로 가장 가볍다. 8인치 액정은 영화감상에 적합한 16 대 9 와이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크기를 줄이면서 좁아진 키보드와 110만원대의 높은 가격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휴대성이 핵심! 성능은 양보하라

'성능 좋은 넷북'을 찾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넷북은 없다. 넷북이란 본래 태생 자체가 3D게임 · 동영상 편집 등 고성능은 포기하고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극대화시킨 서브 노트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넷북 구입시 성능 외의 어떤 부분을 비교해 봐야 할까. 먼저 자신의 사용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성능은 대동소이하며 차이점은 디자인과 무게,키보드,배터리 등이다.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최현준 마케팅 담당은 "졸업 · 입학시즌인 2~3월의 각종 기획전을 이용하면 기존의 인기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