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이 영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13세 아빠'를 둘러싼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 법원은 최근 15세 소녀 샨텔 스테드먼과 사이에 딸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 13세 아빠 앨피 패튼에 대한 추가 보도를 금지한다고 18일 판결했다.

플로런스 배런 판사는 앨피 소년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3세 소년의 성생활과 가족생활을 파고 드는 신문과 방송의 지나치게 선정적인 보도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유럽 인권법상 아동의 권리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언론의 권리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13세 아빠 앨피의 기사는 영국 발행부수 1위인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이 지난 13일 앨피와 신생아 사진과 함께 특종 보도한 이후 최근 1주일 동안 영국 언론의 광적인 취재 대상이 됐다.

첫 보도가 나간 후 "신생아의 아빠는 앨피가 아닌 다른 10대 소년이다", "아기의 아빠를 가리기 위해 DNA 검사를 한다", "앨피 외에도 신생아의 아빠를 자처하는 10대가 8명이다", "더 선이 독점 보도를 위해 2만5천파운드를 제안했다", "샨텔 부모가 돈을 노리고 언론에 터뜨린 사기극이다" 등등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 보도들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최소한 15개 TV 방송사들이 앨피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독점 촬영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고, 앨피의 아버지 데니스는 유명한 홍보전문가를 고용해 언론사와 돈 협상을 벌이는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는 기자들에게 낭독된 성명에서 "언론의 개입으로 아기와 10대 엄마의 개인과 가정 생활이 크게 교란돼 재판부가 우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앨피를 비롯해 다른 10대 소년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제 신생아의 진짜 아버지를 가리기 위해 진행 중인 DNA 검사의 결과도 공표되지 못하게 됐다.

한편 앨피 소년이 사는 이스트 서식스 헤일샴이 지역구인 찰스 헨드리 보수당 의원은 10대 커플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언론의 과열 경쟁을 비판하는 항의 서한을 언론고충처리위원회(PCC)에 제출했다고 18일 밝혔다.

PCC는 신문 선과 잡지 피플이 독점 보도를 위해 지불한 돈이 아동 보도와 관련해 윤리 기준을 어겼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