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이 감당할 수 있어야

'용산 참사'로 기소된 농성자들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참여재판 시행 여부를 최종 판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은 애초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에 배당했던 김모 씨 등 농성자 5명에 대한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에 재배당했다.

이는 피고인 가운데 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가 적용된 피고인 3명이 모두 참여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적어도 참여재판을 하지 않을 명확한 이유는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조 전문가에 따르면 참여재판의 핵심은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무엇보다 배심원이 일정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판의 쟁점이 압축되느냐에 있다.

배심원은 재판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니기 때문에 공판기일에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이나 증인에 대해 특정한 내용을 심문해 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 있고 변론이 끝난 뒤 평의를 거쳐 유ㆍ무죄에 대한 평결을 해야 하며 유죄인 경우 양형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통상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는 기간에 본업을 비롯한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사정을 감안, 하루나 길어도 사흘간 공판이 진행됐지만 이 사건은 피고인이 여러 명이라 증인도 많고 기일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은 일정한 여비와 일당을 받고 후보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도 내야 하지만 공판 기일이 길어지면 부담이 커 법원으로서도 이를 고려해 참여재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많은 배심원 후보자가 직업상 큰 손해가 우려된다며 면제 신청을 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참여재판에서는 요통이 있는 배심원이 이틀을 넘긴 재판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사임하기도 했다.

공판 기일은 검찰과 변호인이 제시한 입증 및 변론 계획, 증인의 수, 주요 쟁점 등에 따라 달라져 재판부는 본 재판에 앞서 여러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변호인과 검찰 간 쟁점을 조율하게 돼 이때 재판 일정이 윤곽을 드러낸다.

또 그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된 사건이 사회적으로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반면 `용산 참사'는 국민 누구나 아는 사건이라 참여재판을 할 경우 배심원의 선입견을 배제하는 것 역시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배심원이 9명인 경우 각각 5명까지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기피신청을 할 수 있으며 사안의 민감성 등을 감안할 때 각자에게 불리한 배심원을 가려내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두뇌 싸움도 예상된다.

이 밖에 공판기일이 여러 날에 걸쳐 잡히면 법원이 배심원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에서 숙박을 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