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원칙있는 국정운영'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KBS1 라디오와 교통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제8차 라디오연설을 통해서다.

이 대통령은 "살다가 어렵고 복잡한 일을 만나면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는 말일 것"이라면서 "요즘 저는 국정수행 과정에서의 원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공무원과 노조, 버스사업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사업 과정을 예로 들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와 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용산사태, 시대적 과제인 경제살리기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있어서도 확고한 원칙을 지켜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대통령으로서 저는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과 원칙을 붙잡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한 대목에서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우선 남북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은 대화의지를 밝히면서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다가 끝이 잘못되는 것보다는 시작이 조금 어렵더라도 제대로 출발해 결과를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생긴 부분에 대해 재발방지책을 확실하게 세우고 넘어가는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문제가 생긴 부분'이란 지난해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통령은 용산 사태와 관련해 진퇴논란에 휩싸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에 대해선 진상규명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퇴시키느냐 마느냐는 그렇게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는 문제가 터졌다고 해서 무조건 사람부터 자르는 게 능사는 아니며,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지만 일각에선 혹시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의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좀더 늦추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친(親)기업' 논란에 대해선 `친재벌'이나 `반(反)노동'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이 위의 3가지 사안에 대해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은 북한이 됐든 남한내 반대세력이 됐든 상대의 위협에 굴복해 마냥 끌려다닐 경우 당장은 편하겠지만 결국은 국정이 망가지고 선진일류국가 달성의 꿈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집권 2년차를 맞아 야당의 `정치공세'에 굴하지 않고 보다 강력하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으로서의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대(對)국민 설득노력을 기울 것.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도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 사회를 보다 발전시키는데 이해와 협력을 다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법과 원칙"이라면서 "오늘 연설은 정치적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국정운영 과정에서의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