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앞에서 날아가는 총알도 쫓아갈 수 있는 망원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망원경은 오는 4월중 러시아 인공위성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다.

이화여대 MEMS 우주망원경 창의연구단(단장 박일흥 교수)은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 초미세전기기계시스템) 기술로 만든 초미세 거울을 이용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광원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초고속으로 추적할 수 있는 망원경과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추적망원경(MTEL)은 소형이지만 광시야각 감시와 초고속 확대 및 추적 기능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다. 지상 800km 상공의 인공위성에서 작동할 경우 지상 160×160㎞ 지역 내에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광원 또는 물체를 포착해 추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만약 지상에 설치한다면 1m 전방에서 비행중인 총알도 추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3×3mm 크기의 'MEMS 초미세 거울'은 모든 방향으로 연속적으로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돼 무작위로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섬광은 물론 시야각 안에서 움직이는 어떤 방향의 광원 및 물체도 추적해 기록하는 기능을 갖췄다. 거울의 각도를 1도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만분에 1초에 불과하다.

이 망원경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우주국의 우주환경 인증시험을 통과해 타티아나-2(Tatiana-2) 인공위성에 탑재됐으며 오는 4월 중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소유스-2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일차적인 목표는 '메가번개'로 알려진 고층대기 극한방전현상을 규명하는 것.박일홍 교수는 "메가번개는 지구의 기후,구름 생성,오존층 파괴 등 지구의 대기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기존의 초고속카메라로는 관측이 어려워 현상의 원인 규명이 어려웠다"며 "이번에 개발된 추적 망원경은 우주에서 1~2년간 데이터를 수집해 메가번개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대형 망원경을 제작,감마선 폭발과 같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우주현상을 관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2012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할 소형 인공위성에 탑재하기 위해 의향서를 교환했다.

이 망원경은 앞으로 차세대 로봇의 시각센서에서부터 국방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박 교수는 "감시 카메라로 응용될 경우 다중 목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격을 위한 미사일 추적 등 군사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원천기술에 대해 국내 및 국제 특허 28건을 출원했다. 관련 연구내용은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옵틱스 익스프레스(작년 12월호)와 광기술분야 전문잡지 '레이저 포커스 월드(2월호)에 게재됐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