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부실도 정부가 보증 … 감독은 강화될듯
◆미국,정부가 운영하는 배드뱅크 설립
미국 정부는 설립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던 배드뱅크를 만들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은행시스템을 안정시켜 민간에 원활하게 신용이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고,은행 부실자산에 대한 보증도 제공키로 했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와 차별화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구제금융방안을 내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관련 기관들은 배드뱅크를 설립해 금융사의 부실자산을 일부 매입하는 방안과 함께 부실자산으로 발생할 추가 손실을 보증하는 방안을 함께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주택 압류를 막기 위해 금융 소비자들에게 세금공제 확대와 이자 일부 지원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배드뱅크는 FDIC가 운영을 맡게 된다. 하지만 배드뱅크가 은행의 부실자산을 모두 다 매입하는 데는 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이미 부실을 충분히 상각한 자산 중심으로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국민 세금으로 부실자산을 높은 가격에 매입해줬다는 그동안의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앞으로 추가 손실이 발행할 가능성이 큰 부실자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이는 작년 11월 씨티그룹과 지난 1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취했던 것과 비슷한 조치다. 초기 손실 일부는 은행 측이 떠맡고 추가로 발생하는 손실은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또 배드뱅크에 부실자산을 넘긴 일부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예전처럼 의결권이 없은 우선주 방식으로 자본을 투입할지,아니면 정부가 어느 정도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보통주를 받게 될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시장에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민간 중심의 은행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으로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우선주 매입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주 방식을 택해도 은행의 공적자금 활용에 대한 감독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배드뱅크는 세금을 쓰레기와 맞바꾸는 정책"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유럽,배드뱅크 가이드라인 마련
독일은 정부 주도의 단일 '배드뱅크' 설립 대신 금융회사별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은행들이 각자 특수목적기구(배드뱅크)를 세워 부실자산을 떼어내고,정부로부터 신규 자본을 투입받되 배드뱅크에 대한 책임은 은행이 지는 방식이다. 정부의 자금지원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5000억유로(약 980조원)의 금융시장안정화기금을 통해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의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기민당(CDU)과 사민당(SPD)은 지난 주말 배드뱅크 설립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최종안 마련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은행들의 연차보고서가 나오고 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 초까지 확정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특히 이미 42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4위 은행 히포레알에스테이트(HRE)는 국유화한 후 별도의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자산을 인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독일이 상장기업을 국유화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만약 은행이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주택소유자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배드뱅크' 설립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앞서 정부가 은행 부실자산의 추가 손실에 대해 일종의 보험을 제공하는 방식의 2차 구제금융안을 마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배드뱅크 설립이나 은행 손실 보증 등을 고려 중인 유럽 각국 정부를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박성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