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나노기술 등 첨단과학이 미술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통해 작품으로 형상화된 기획전이 마련됐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이달 28일까지 이어지는 '2050년 퓨처 스코프(Future scope),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의 실험실'전이다.

가상현실을 비롯 뇌과학,나노기술,환경과학 등 현대 과학을 미술과 접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참여한 과학자는 박영무(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박문호(한국전자통신연구소 책임연구원),김은수(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최양규(KAIST 전기전자공학 교수),한미영(한국과학창의재단 실장),박재우 · 최양규 · 유승협 · 안성일씨(이상 KAIST 교수) 등 8명이며 작가는 노진아 이장원 김정한 장동수 박지은 길현 이희명 남지 오창근씨 등 13명이다.

과학자들이 현대 과학과 미래사회의 성장 동인에 대한 워크숍을 4차례 가진 후 그것을 바탕으로 미술가들이 1년 동안 한 작업을 보여주는 기획 전시회다.

작가들의 상상에 과학적 영감이 가미된 조각 · 설치 · 영상 작품 30여점이 출품됐다. 전시장은 '지구환경 변화의 시대''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시대''시공간 초월의 시대''나노 혁명의 시대' 등 4가지 주제로 꾸몄다.

작가 이희명씨는 인간과 벌레의 이종결합 가능성을 조형언어로 표현해 앞으로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설치 작업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 '유충'은 인간과 하등 생물체와의 결합을 통해 '진화'를 이야기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간 중심의 수직적 사고를 꼬집는다. 작품의 영감은 지구환경 분야 전문가인 한미영 실장과 박영무 교수에게서 얻었다.

노진아씨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모호한 나노의 세계에 주목한다. 노씨의 작품 '미생물'은 현미경으로 철가루를 확대해 나타난 괴이한 물체를 생명체처럼 되살려냈다.

생명체가 없다고 여겨지는 미세한 철가루 속에서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최양규 교수와 박재우 교수의 예상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희로애락의 모든 것이 뇌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조각으로 만든 장동수씨의 작품 '기억'과 '생각의 지배',마이크 모양의 센서를 움직일 때마다 화면에 위치가 표시되는 이현욱씨의 '이모셔널 드로잉',물질에서 결정체가 성장하는 성질을 소재로 활용한 길현씨의 '나노가든' 등도 이채롭다.

전시를 기획한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은 "예술가와 과학자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세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다"며 "이들의 관심사인 '미래'를 시각예술로 보여주려한 전시회"라고 말했다. (02)736-437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