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지난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2%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이 총재는 또 경제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의 조정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주최 경영자조찬회에 참석, "지난해 4분기를 본격적인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본다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고, 올해 1~2분기가 그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 만에 오는 심각한 경제수축기"라며 "월 단위도 모자라서 주 단위로 경제전망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3주 전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비공개를 조건으로 세계경제 전망치를 언급했는데 막상 며칠전 IMF 발표에서는 더 나쁘게 나왔다"며 "그 사이에도 내부적으로 수정됐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 올해 고용부문의 '마이너스' 가능성 매우 큰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이 10년전 외환위기 때보다는 낫다"며 "1998년과 비교해 서베이 지표들은 비슷하지만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건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정부가 대량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자금이 쏠릴 수 있어 고민"이라며 "다른 쪽은 외화자금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관련, "경제.금융시장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정책 유효성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기준금리의 조정 시기와 폭을 결정하겠다"며 "금융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한층 더 위축될 경우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더욱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시장조작과 총액한도대출을 활용해 신용공급이 제약되는 부문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면서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 노력을 뒷받침하는 등 은행의 신용공급 여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현 시점에서는 금융안정과 경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된 이후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위기대응 과정에서 도입한 각종 정책수단을 무리없이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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