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구택 시대’를 열어갈 신임 포스코 회장 후보에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29일 선임됨에 따라,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엔지니어 회장’의 맥을 잇게 됐다. 1981년 포스코 회장직이 생긴 뒤 지금까지 외부 출신 회장이 영입된 것은 1994년 김만제 전 회장 뿐이다.

이번에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선임된 정 사장은 1948년 경기도 수원 태생으로 서울대 공업교육과를 졸업하고 1975년 엔지니어로 포스코에 입사했다. 2007년 2월 포스코 사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포스코건설 사장을 맡아 왔다.

정 사장이 신임 회장으로 낙점되기까지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정 사장은 차기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보다 8년이나 늦게 임원이 됐다. 한 때는 유럽연합(EU) 사무소장으로 밀려나면서 고위 경영진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 사장은 타고난 친화력과 탄탄한 엔지니어 경력을 발판으로 삼아 광양제철소장직까지 역임하며 다시 핵심 경영진에 합류했다. 이후 생산기술부문장(사장)에 오르면서 완벽한 ‘포스코 맨’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작년 11월 정 사장이 자회사인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회장의 꿈은 멀어지는 듯 했다. 게다가 최근 각종 비리 혐의와 각종 루머까지 번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대부분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 사장은 마음의 짐까지 훌훌 털고 포스코의 차기 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후보 추천위원회는 이날 정 사장의 면접을 통해 향후 경영 계획과 비전,경제 위기 극복방안 등에 대해 평가했다. 정 사장을 포스코의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인정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엔지니어 출신인 정 사장이 원가 절감 등 비상경영 체제를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데 공감대가 모아졌으며 회장 후보를 선정한 사외이사들도 이 같은 점을 충분히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차기 회장 선임에는 이구택 현 회장의 의중도 일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같은 엔지니어 출신인 정 사장을 적극적으로 추전했다는 게 포스코 안팎의 전언이다.

정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이 회장과 다소 차이가 난다는 게 포스코 임원들의 대체적 평가다. 이 회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포스코의 제한적인 역할을 강조했지만,정 사장은 미주와 유럽 등으로 포스코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정 사장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자원개발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신임 회장 후보로 선임된 정 사장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공식선임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사의를 표명한 이구택 회장은 주총 당일 물러나게 된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