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경찰청장이 29일 퇴임식을 끝으로 파란많았던 경찰총수로서의 1년을 마감한다.

어 청장은 지난 17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이후에도 설 연휴 민생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직을 유지해 오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는 작년 2월11일 경찰청장에 취임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큰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내부 평가를 받아 청와대의 높은 신임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우공무원제를 도입하는 등 경찰 공무원 복지를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판을 얻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늘도 짙다는 말이 있듯 그는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과잉대응 논란에 시달렸고,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 검문 이후 종교편향 시비에 오르며 불교계의 사퇴 압력에도 부딪혀야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을 둘러싼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의 불씨가 사그라들고 한동안 껄끄러웠던 불교계와의 관계도 회복되면서 현 정권에서 입지를 굳히고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지만 집권 2년차를 맞은 청와대의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밀려나는 인상을 풍기다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남 진주 출신인 어 청장이 KT(대구ㆍ경북)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게 자리를 내 준 측면도 있지만, 촛불집회 때 얻은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과신해 경찰을 위한 복지 정책을 지나치게 고집하다 여권 핵심부의 견제를 받아 낙마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어 청장의 '자의반 타의반' 사의 표명은 결과적으로 그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 온 `30년 경찰 생활의 명예로운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도움이 된 셈이다.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1명과 농성자 5명이 사망하는 `용산 참사'가 어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 만에 터져 모든 비난의 화살이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서울청장에게 향하면서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그는 거의 상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임 직전에는 경기 경찰이 군포 여성 강도살인범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뤄내 큰 미제 사건을 남기지 않고 자리를 물러나는 영광도 차지했다.

그의 사의 표명 직후 경찰 내부에서는 옛말인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빗댄 권불일년(權不一年)이라는 말이 나돌았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소 달라졌다.

김석기 서울청장이 예상치 못한 `용산 참사'로 경찰청장 임명은커녕 낙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경찰 역사상 가장 큰 사고도 용케 피해가는 어 청장을 바라보며 `역시 타고난 관운'이라고 말하는 부러운 시각도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