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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할리우드의 명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한편을 발표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호화 거대 유람선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15일 새벽 북대서양에 침몰해 1513명이 사망한 대참사. 그 속에서 피어난 한 남녀의 절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임스 카메론은 금세기 최대의 해양사고를 낸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를 당시 해저 4000m 아래서 끌어올린다. 타이타닉호가 거대한 빙산과 충돌해 두 동강 나는 장면,수백명의 승객들이 반으로 갈라진 갑판을 거의 수직 상태로 미끄러져 공기통풍구와 배의 스크루에 부딪쳐 튕겨나가는 장면. 당시의 긴박했던 현실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상에서 완벽하게 재생됐다. 이를 스턴트맨이 했다면 인력손실이나 제작비 증가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후에도 '하이테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이용해 뉴욕 도심 빌딩 숲을 헤쳐 나가는가 하면 백악관이 화성인들에 의해 점령되기도 한다. 심지어 호박(琥珀)속의 모기에서 DNA성분을 추출,1억년 전의 공룡을 우리 앞에 내놓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영화가 '기술'과 만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훗날 역사가들은 20세기가 발명한 최고의 산업이자 예술로 단연 영화를 꼽을지 모르겠다. 마치 18세기의 자연과학이 당시까지 천대받았던 기술(테크놀로지)과 만나면서 산업사회를 꽃피운 것처럼.

할리우드가 추구하는 최고의 이데올로기는 "관객이 원하는 것을 주라"는 것이다. 관객들의 꿈과 상상,내재된 욕망은 스크린 속에서 용암처럼 용해되고 분출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추구하는 최고의 이데올로기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라"는 것이다. 고객들의 니즈와 요구는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영화가 관객에게 가장 강력한 위안제가 되는 것처럼 기술은 고객과 소비자를 빨아들이는 힘이다. 기업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이테크 경영'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100년 이상의 영속성을 가지려면 창업초기의 아이템만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최근 1년의 변화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읽고,이를 예측해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 대응해 나가는 길만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비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기술경영이 100년 기업의 기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이테크 경영'은 기술의 진화 발전 과정을 미리 내다보고 시장을 앞서 개척함으로써 항상 앞서는 위치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LG전자 등 기술 선도 기업들이 기술경영을 적극 도입하고 주요 분야의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었지만,최근에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주먹구구식 경영의 대명사였던 구멍가게도 하이테크 경영에 나서고 있다. 업종 간,점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학적인 고객관리,판촉과 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한 '하이테크 형' 중소기업과 구멍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품질향상과 비용절감을 위한 하이테크 기기 활용을 늘리고 있고, 식당에는 디지털 건조방식의 쓰레기처리기,작업 효율성이 높은 토핑기기 등 주방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하이테크 설비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중소기업과 구멍가게도 '똑똑해야' 성공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최근 미국 ABC방송 인터넷 판은 '세계 최고 하이테크 나라'라는 제목으로 한국 정보기술(IT)의 놀라운 면모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ABC방송은 '휴대전화로 지하철에서 뮤직비디오를 30초 안에 내려 받고 버스요금에서 구세군 기부까지 카드 하나로 통하는 나라'라고 한국을 치켜세웠다.

근성 있는 연구 인력과 손재주가 뛰어난 생산 인력,기술력이 뛰어난 벤처기업들이 '하이테크 코리아'를 만든 주역들이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고사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지만 모든 중소기업이 음지에서 추위에 움츠리고 있지만은 않다. 무한한 도전 정신과 끊임없는 기술 개발,독창적인 마케팅 등을 무기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단단한 하이테크와 서비스,품질 및 납기경쟁력으로 무장하고 불황의 포화 속에서도 부상을 입지 않고 있는 보무당당한 중소기업들을 만나본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