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두 국장 "30년간 적발한 마약류 1조원 어치 됩니다"
"30년 가까이 쌓아온 마약수사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겁니다. 후배들이 국제적인 마약수사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정년(60세)을 3년6개월 앞당겨 이달 말 명예퇴직하는 김병두 인천공항세관 조사감시국장(57 · 사진)은 퇴임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퇴임 후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마약수사분야 교수로 활동할 예정이다.

1981년 관세청 7급 공채로 관세청에 첫발을 내디딘 김 국장은 서울세관,김포세관 등에서 마약류 밀수 단속 업무를 전담해 '마약 단속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그는 굵직굵직한 국제 마약밀수 사건을 해결했다. 1991년 태국 방콕에 근거지를 둔 헤로인 밀수국제조직인 나이지리아 일당을 적발했고,1993년엔 한국에서 뉴욕으로 헤로인 220㎏(1㎏당 약 30억원)을 밀거래하려던 마약조직 등을 검거했다. 이 덕분에 김 국장은 미국 마약청장으로부터 두 번씩이나 공로상을 받았다.

김 국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나이지리아 마약조직 검거.1991년 당시로는 흔치 않게 나이지리아인들이 뚜렷한 목적 없이 수시로 입국하는 것에서 단서를 잡고,당시 시가로 6600억원에 달하는 헤로인을 밀수하려던 마약조직을 검거했다고.

그는 "1990년대 초 마약사범들이 콘돔을 이용해 마약을 뱃속에 넣거나 신발 밑창에 넣고 밀수한다는 사실을 처음 적발한 적이 있다"며 "마약 단속은 위험하고 힘들지만 역동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선 김 국장이 지금까지 적발한 마약류만 금액으로 거의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7월 인천공항세관에 부임한 뒤 6개월 새 528억원어치의 마약류를 적발해 아직도 살아 있는 '마약 단속왕'임을 과시했다.

그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랜 단속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 관계기관과의 활발한 정보교류 덕분이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