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를 이끌어 갈 새 경제팀이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전 금융감독위원장), 경제수석 윤진식(전 산업자원부 장관), 금융위원장 진동수(수출입은행장) 씨로 꾸려졌다.

이들은 모두 서로 신뢰하는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 선후배여서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시각이나 업무 추진력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내기보다는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각으로 물러나는 1기 경제팀은 정권 출범 초기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위기 대처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며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병원 경제수석은 각각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두 기관 출신 사이에는 예전부터 보이지 않은 벽이 존재했다.

게다가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민간 출신으로 화학적인 융합이 쉽지 않았다.

강 장관과 전 위원장은 새 정부 초기인 작년 3월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안에 대해 불협화음을 냈다.

강 장관은 국책은행들을 하나로 묶어 대형화하는 '챔피언뱅크'를,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선 지주회사 전환과 후 대형화'를 제시했다.

두 사람은 금융정책의 주도권과 금융위 1급 인사 등을 놓고 미묘한 갈등을 드러냈다.

작년 6월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기용되면서 같은 관료 출신인 강 장관과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기대됐으나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2기 경제팀은 모두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선후배로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고 추진력 있는 정책 집행이 요구되는 지금과 같은 경제.금융위기 상황에 적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증현 내정자는 행시 10회로 가장 선배이고 윤진식 내정자는 12회, 진동수 내정자는 17회다.

서울 법대 선후배 사이인 윤증현 내정자와 진 내정자는 1994년 금융국장과 산업금융과장으로 '상명하복'의 라인에 있었다.

윤진식 내정자는 재무부 시절 윤증현 내정자 다음으로 금융정책과장을 지냈고 나란히 과장이나 국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다만 1946년생 동갑내기인 윤증현-윤진식 내정자 사이에는 1994년 금융국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등 한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두 명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명암이 엇갈린 점도 눈에 띈다.

윤증현 내정자는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있다가 세무대학장으로 사실상 밀려나 관가와 멀어진 반면, 청와대 금융비서관으로서 위기상황을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으로 유명한 윤진식 내정자는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앙금은 남아 있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증현, 윤진식 내정자는 과거 재무부 시절부터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진동수 내정자 역시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금융 분야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에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