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되찾은 태웅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도 오히려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는 상승 반전했다. 증권업계에선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익구조를 갖춘 데다 수주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풍력발전 분야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원자력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기자재업체인 태웅은 16일 1900원(2.19%) 오른 8만8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조4750억원을 기록,이날 290원(4.87%) 올라 시총이 1조4747억원으로 불어난 SK브로드밴드를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지난 14일 한 달여 만에 시총 1위를 되찾은 뒤 사흘째 수성에 성공했다.

한때 국내 증시에서 '저승사자'로 여겼던 외국계 증권사의 '셀(Sell) 보고서'도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태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내리고 목표주가를 현 주가에 크게 못 미치는 6만5500원으로 제시했다. 전날엔 지수 급락과 함께 태웅도 9%가량 떨어졌지만 하루 만에 회복세를 나타낼 만큼 체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조선 및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의 성장성이 둔화되며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최근 주가 강세를 이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업계에선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전날 미국 민주당에서 내놓은 8250억달러(약 1000조원) 규모 경기부양 계획 가운데 재생에너지 생산 증대에 540억달러가량이 배정돼 있다"며 "미국의 경기부양안이 구체화되면서 오히려 태웅의 수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구체적 지원액이 제시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이번 방안이 오는 26일 의회에서 통과되면 풍력발전 단지 건설이 다시 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풍력발전소 입지가 바다로 확장되며 기술력이 높은 태웅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탐방 결과 4분기 매출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외화자산의 평가에 따른 이익이 추가되면서 순이익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태웅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50억원,320억원을 나타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년 동기보다 94.3%와 71.9% 늘어나는 수준이다.

조선과 석유화학 플랜트 등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 연구위원은 "태웅은 매출 가운데 50%가량이 풍력발전 분야"라며 "현재 한 자릿수에 그친 원자력발전 분야 매출도 올해는 15% 수준으로 높아지고 조선이나 플랜트 쪽의 비중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태웅 관계자는 "지난 3년간 회사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풍력발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원자력발전이 상당 부분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며 "원자력발전 부품의 마진이 25%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이익률에 미치는 효과도 클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1만5000t급 프레스 설비 가동에 따른 생산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측은 작년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으며,올해는 불경기를 고려해 20%가량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