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작년 12월 고용동향 … '고용한파' 최대 피해
실업급여 신청자 9만3000명 … 1년새 84% 늘어

서울의 4년제 대학 공과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7)는 공기업 문을 두드렸다가 실패한 뒤 대기업 입사 시험에서도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생계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턴에도 응모했으나 역시 미끄러져 실의에 빠졌다. 경기한파는 김씨 같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동부에 들어온 실업급여 신청자는 9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명(84.3%) 증가해 불황의 파고가 몰아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용쇼크가 시작됐다

14일 발표된 '2008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취업자) 수는 2324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만2000명 감소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취업자 증가 수가 매달 축소돼 왔던 만큼 12월에도 증가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아예 마이너스로 반전된 것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해 9월 11만2000명,10월 9만7000명,11월 7만8000명이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여온 실업률도 치솟았다.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째 3.0~3.1%에 머무르던 것이 12월 들어 3.3%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는 78만7000명에 달해 전달(75만명)에 비해 3만7000명,작년 12월(73만6000명)에 비해 5만1000명 늘어났다.

더욱 심각한 점은 취업자가 아니면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77만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2만4000명(2.8%) 증가했다. 특히 이들 중 '사실상 백수'로 간주되는 취업준비자와 '쉬었음' 응답자,구직단념자가 3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폐허가 된 비정규직 고용시장

12월 고용쇼크의 최대 피해자는 임시 · 일용직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가장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직군이다보니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오는 7월부터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이 실시된다는 점도 비정규직 대량해고의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일용근로자 수는 204만명에 그쳐 작년 같은 달보다 13만8000명(6.3%) 줄었고 임시근로자는 508만2000명으로 9만4000명(1.8%) 감소했다.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들도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자영업주 수는 577만9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9만3000명(1.6%) 축소됐다.

◆실업자 200만명 넘어설 수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엔 실업자 수가 149만명에 달했다. 전년 57만명에 비해 단숨에 92만명 늘었다. 실업자의 개념을 좀 더 넓힌 '실질적 실업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구직단념자,'그냥쉬었음' 등)는 200만명이 훨씬 넘었다. 취업자 수도 97년 2121만명에서 98년 1994만명으로 128만명 감소했다.

경기악화 양상을 비교해볼 때 올해 닥쳐올 고용대란은 외환위기 때 못지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용 사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광공업 생산지수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가파르게 추락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4.1% 감소해 역대 최대 감소폭이었던 1998년 7월 -13.9%보다 상황이 더 나빴다. 결국 12월 고용쇼크는 한국 경제가 고용한파의 기나긴 터널로 들어서는 시작일 뿐이라는 결론이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