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지난 8일 매도 우위로 돌아선 뒤 13일 순매수로 전환하는 동안 통신 가스 담배 등 경기방어주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 증시의 하락으로 매수세를 줄이면서 4분기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이 다가오자 실적 변동성이 덜한 경기방어주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 예상치 못했던 강한 매수세를 보이다 8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287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은 나흘 만에 매수 우위를 보여 30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SK텔레콤으로 57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KT&G를 555억원어치 사들였다. 또 현대미포조선 KTF LG데이콤 등을 100억원 이상 순매수해 순매수 상위 10위에 포함시켰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통신주에 300억원이 넘는 매수세를 집중시켰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LG텔레콤과 LG데이콤이 각각 4.01%와 3.78% 뛰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연말연초 엿새 동안 강력한 매수세를 나타냈을 때는 삼성전자 포스코 KB금융 현대차 등 업종 대표주를 대거 사들였지만 지금은 매수세를 줄이면서 경기방어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이 예상돼 왔지만 어닝시즌이 다가오면서 경기민감주는 실적 악화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커져 외국인이 꺼리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 대해 관망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연초엔 장기 투자 펀드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들어왔지만 미국 증시가 꺾이면서 매수세가 잦아들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는 대기자금은 풍부하지만 경기 회복과 실적 개선 등에 대한 시그널을 먼저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현 단계에선 경기방어주 중심의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매수세가 본격화되면 블루칩에 매기가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