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손상익씨(진흥전기) "15번 도전 끝에 클럽챔피언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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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해 레이크우드CC 클럽챔피언에 오른 골퍼가 있다. 배선기구 제조회사인 진흥전기를 운영하는 손상익 사장(61)이다.
그는 1988년 골프에 입문한 뒤 '싱글' 수준의 실력을 갖춘 친구들과 내기를 해서 번번이 돈을 잃었다. 이를 악물고 연습해 1년반 만에 80타대를 쳤으나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자존심을 꺾고 가장 잘 치는 친구에게 "핸디캡을 2점만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너도 노력해서 잘 칠 생각을 하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그것이 실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친구가 핸디캡을 줬다면 난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준 그 친구를 이기기 위해 한마디로 미친 듯이 연습했습니다. 3년이 지나자 그 친구가 심각한 표정으로 '핸디캡을 달라'고 하더군요. "
손 사장은 클럽챔피언의 꿈을 품고 1993년 한성CC 회원권을 구입해 5년 연속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98년 로얄CC(현 레이크우드) 회원이 된 그는 클럽챔피언에 오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클럽챔피언급 실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로핸디캐퍼 모임'에 가입했고 빠짐없이 클럽챔피언전에 나갔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220~230야드로 경쟁자들에 비해 짧은 게 문제였어요. 클럽챔피언전은 챔피언티에서 진행되는 만큼 260~27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들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었지요. "
도전 10년 만인 2002년에 기회가 왔다.
스트로크플레이를 펼쳐 턱걸이로 간신히 16강 매치플레이전에 진출한 손 사장은 '3온1퍼트'를 주무기로 장타자들을 연파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승 전날 집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결승에 올랐다며 푹 자라고 신경안정제를 줬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군요. 클럽하우스 식당에서는 다른 사람과 부딪쳐 음식을 쏟기도 했어요. 결승전을 시작하자마자 내리 5개홀을 졌고 결국 2홀차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
지난해 환갑이 된 손 사장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클럽챔피언전에 나갔다. 세미프로인 아들(지환)과 함께 제주도에서 5박6일간 전지훈련을 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오랜 기간 클럽챔피언전에 나가다보니 체력관리가 생활화돼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75타를 쳐 7위로 결선에 올랐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높은 산 정상에 오른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기분은 좋은데 '결국 이거였나' 하는 허탈감도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
손 사장은 클럽챔피언이 된 뒤 골프실력이 더 늘었다. 다른 골퍼들의 시선을 의식해 스윙의 기본을 더 잘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퍼팅에 가장 자신이 있다는 손 사장은 "퍼팅할 때 누군가 자신의 왼쪽 뺨을 받쳐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걸어놓은 옷걸이를 툭 쳤을 때 옷걸이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연상하기도 하고요. 특히 절대로 때리지 말고 퍼터헤드가 지나가도록 합니다"고 퍼팅 요령을 조언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