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에 8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이는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데 은행들이 대출이나 크레딧물에 투자하기는 여전히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9일 한은이 6일물 RP매각을 위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금액은 79조6500억원에 달했다.
직전 사상 최대규모였던 지난해 12월 26일의 44조5500억원에 비해 배 가량 많아졌다.

한은은 80조원에 가까운 응찰금액 가운데 14조원만 받아줬다. 한은이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풀고 있지만 실물경제로까지 옮겨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날 입찰에서는 은행권이 최근 한은 입찰에서 나타났던 낙찰률을 고려해 더 많은 금액을 써내면서 응찰금액이 더 불어났다는게 한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한은이 RP 매각을 실시할때마다 자금은 40조원 안팎으로 몰리는데 이중 겨우 13조원 정도만 받아주자, 원하는 금액만큼 낙찰을 받기 위해 더 써낸 것이다. 실제 이날 10조원 이상 응찰한 은행이 5개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낙찰률을 20~25% 수준으로 보고 금액을 더 써내는 분위기였다"며 "대략 50조원 정도가 응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려 시중 은행의 여윳돈을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크레디트물(신용물)로 유도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자금이 신용물을 기웃거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들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단기자금만 무려 8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향후 신용물의 금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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