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환매 대비해 편금확보에 매달려
기업실적도 불안 '기피' … 상바기엔 순매수 어려워

펀드를 운용하는 투신사(자산운용사)의 주식 매도가 새해 들어서도 그치지 않고 있다. 주식형펀드 자금은 소폭이나마 유입되고 있지만 자산운용사들은 계속 주식을 팔면서 현금 비중 확대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적극적인 주식 매입으로 증시 반등을 이끈 외국인들이 다시 매도로 전환하는 분위기여서 기관을 대표하는 투신사의 줄기찬 매도가 수급을 악화시켜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에서 주식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증시가 상승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며 "선뜻 매수주문을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최소한 기업실적의 바닥을 확인해야 주식 비중을 다시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증시 수급사정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식편입 비중 계속 줄여

9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이틀 연속 2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쏟아내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1993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던 자산운용사들은 이날도 외국인보다 1000억원 가까이 많은 185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프로그램 순매수가 200억원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순매도는 20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자산운용사의 주식 매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주식형펀드로 647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오히려 2조1610억원어치를 팔았다. 올 들어서는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면서 매도 규모는 자금이탈액보다 1000억원 가량 많다.

이에 따라 주식형펀드의 주식 비중은 급감하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초 90.47%였던 주식 비중은 올 들어서는 86.66%까지 낮아졌다.

현재 주식형펀드의 순자산 규모가 60조원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운용사가 주식 비중을 지난해 5월 초 수준을 유지하기만 했어도 2조4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살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실적 바닥이 매수신호


그렇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아직 주식시장이 불안해 적극적으로 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펀드자금 유입 둔화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데다 조선 기계 등 일부 업종은 최근 단기간에 급등해 지수는 낮지만 주가는 싸지 않은 종목들이 많아져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KTB자산운용 안영회 주식운용본부장은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주식시장이 1분기 이후 다시 전저점을 시험하는 수준으로 크게 조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어 주식 비중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이 다음 주부터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 자산운용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식형펀드로 486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 8일까지 1133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금 주가가 고점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실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누구도 주식이 싸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신권은 적어도 기업실적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여야 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올 상반기까지는 투신권의 적극적인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