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중시하던 잣대 바뀌어… 포스코·삼성重 등 집중 매수

외국인이 7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지만 그동안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잣대가 되는 투자지표에 변화의 조짐이 보여 주목된다. 경기 침체를 감안해 기업 청산가치를 반영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부채비율 등을 중시하던 데서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싼 '저PER주'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8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진 작년 12월29일부터 전날까지 6일간 이들이 매입한 상위 20개 종목의 PER(작년 예상실적 기준)는 평균 6.33배인 반면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은 11.87배나 됐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도 각각 6.48배와 9.63배로 차이가 컸다.

반면 이들 종목의 PBR는 0.83배로 같았고 부채비율도 각각 80.58%와 89.63%로 비슷했다.

이 증권사 신일평 연구원은 "외국인이 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익개선폭이 큰 저PER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최근 6거래일 연속 포스코 삼성중공업 동양제철화학 LG디스플레이 대우인터내셔한국전력 등 업종 대표주를 순매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업종 대표주이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커 주가가 낮은 상태인 정보기술(IT)과 철강 운수장비업종 등이 주된 순매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또 국제 비철금속 가격의 반등 분위기를 타고 고려아연 풍산 등 비철금속업체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한편 최근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미국계 펀드들이 주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승원 UBS 전무는 "유럽계나 헤지펀드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미국과 홍콩 등 아시아계 펀드가 중심"이라고 전했다. 국내 증권사 해외 법인 관계자도 "미국계 중장기 펀드들이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IT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무는 "외국인들은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기술주들이 실적에 비해 싼 데다 업황도 이미 바닥을 쳤거나 조만간 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녹색 뉴딜 정책 수혜주에도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