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켜진 靑 지하벙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비상경제대책회의'가 8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렸다. 이 대통령이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소집한 것은 취임 후 두 번째다. 지난해 8월 을지훈련 기간 중 국무회의를 가진 적이 있다. 지하벙커에 '워룸(War Room)'인 비상경제상황실을 마련한 데 이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여기서 개최한 것은 경제위기 국면을 맞아 정부가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뜻이다. 회의는 오전 7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의장에는 '위기를 기회로'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날 회의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박병원 경제수석을 비롯한 당 · 정 · 청 핵심 인사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 김기환 서울파이낸스포럼 회장,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시급한 결정이 필요한 현안과 부처 간 급히 합의가 이뤄져야 할 안건을 긴급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회의 성격을 규정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재경원과 한은 간에 갈등과 대립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면서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그리고 국가적 위기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미국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말한 '더 벅 스톱스 히어(The buck stops here · 모든건 여기서 결정된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정부 정책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매주 월요일에 열린다.

◆지하벙커,어떤 곳인가

지하벙커는 청와대 비서동 부근 지하에 있으며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북한 공격에 대비해 마련한 콘크리트 방공호였다. 버려진 채로 방치돼 오다 2001년 9 · 11테러를 계기로 상황실 설치가 추진됐다. 참여정부 시절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국가안보종합상황실'이 마련됐다. 핵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에선 국가위기정보상황팀이 들어가 있다. 수십평 규모의 상황실과 사무실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상황팀은 지진이나 해일,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안보,각종 재난사고 등 국가적 위기상황 발생 때 즉각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국가정보원과 군,경찰 등과 화상교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