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선 가이드라인 마련 … 경영진 재정비 속도 낼듯

삼성은 고참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올해 인사의 시기와 방향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인사를 더 이상 늦추지 않고 가급적 1월 이내에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위원회 가동에 맞춰 삼성의 경영 진용 재정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 사장단은 7일 정례 회의를 열어 인사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체 채용 규모와 인재 채용 원칙 등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삼성이 인사위원회를 통해 사장단 인사를 논의하는 것은 고(故)이병철 선대회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인사위원회가 신설됨에 따라 삼성은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포함,모두 3개의 최고의사결정기구를 갖게 됐다.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고 있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경제는 물론 삼성도 10년 전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며 "삼성 CEO들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만간 인사를 마무리하고 경영진 및 경영조직 전열을 재정비해 경영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사장단이 함께 머리와 지혜를 모아서 인사의 방향과 시기에 대해서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인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연륜이 있는 6~7명의 CEO를 인사위원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어떤 CEO가 위원장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위원으로 선정된 삼성 CEO들은 연령,실적 등을 기준으로 사장단 승진과 퇴출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사위원회가 사장단 인선을 확정하면 계열사별로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정기 인사가 진행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는 강제성을 띤 지침을 만드는 기구가 아닌 계열사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사장단을 제외한 임원 인사는 계열사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으로 인사위원회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 문제를 신속히 처리한다는 취지에서 인사위원회가 설치된 만큼 늦어도 1월 중으로 인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위원 선발에는 1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