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는 다음달 1일에 열리는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TV중계에 '제네시스 쿠페'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전 세계 2억여명의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되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경기에 현대차의 신개념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최근 파산위기에 몰린 GM이 15년간 지속해오던 슈퍼볼 협찬을 포기한데 반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쿠페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2월에 슈퍼볼 중계 때 세단 제네시스 광고 2편을 내보낸 후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1450%나 늘어나는 효과를 맛보기도 했다.

# 제네시스가 미국 소비자 평가에서 대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발간한 2월호에서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대형 승용차 부문에서 경쟁 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잡지는 렉서스 ES350,도요타 아발론,아큐라 TL 등 이미 평가를 받은 대형차급 13개 모델과 이번에 평가한 5개 차종을 비교한 자료도 같이 게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100점 만점에 92점을 얻어 종전 최고 점수(91점)를 받았던 렉서스 ES350을 제쳤다. 미국인들이 제네시스를 손에 꼽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제네시스의 성공은 2004년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HCD8이라는 컨셉트카에서부터 비롯됐다.

컨셉트카란 미래의 소비자 경향을 내다보고 모터쇼를 전제로 제작되는 자동차를 보통 일컫는다. 넓게는 아직 시판되지 않고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모터쇼에 출품된 자동차까지 포함된다. 보통 화려한 디자인이나 날렵한 차체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는 자동차들이다.

현대차가 2004년 선보인 스포티 쿠페 컨셉트카 'HCD8'은 현대차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가 독자개발한 모델. LA모터쇼에 출품된 이 모델은 출품 당시부터 카 마니아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HCD8은 2.7ℓ,V6엔진 및 6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대출력 250마력 이상의 동력성능을 자랑하며 차세대 투스카니(미국 현지명 티뷰론) 개발에도 일부 적용됐었다. 클래식한 외관 스타일에 물 흐르듯이 흐르는 곡선 라인과 균형미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으로 평가됐다.

당시 HCD8은 오토카라는 외국 자동차전문잡지로부터 페라리의 신차 '612 스카글리에티'보다 월등한 점수를 받을 정도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스포츠카 부문에 일천한 현대차가 페라리의 아성을 위협하는 도전자로 거론된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일 정도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당시 현대차의 HCD8 개발은 현대차의 기술에 대한 인지도 및 신뢰도가 몰라보게 높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며 "현대차의 컨셉트카 부문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과 기대를 반증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현대차의 럭셔리 세단 및 컨셉트카에 대한 욕심은 곧바로 제네시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04년 당시 세계 8위의 현대차는 명품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자 바짝 긴장했다. 수출 실적은 좋았지만 신장세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내부적으로 내려진 터였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현대차는 도요타의 명차 브랜드인 렉서스를 능가할 수 있는 자동차 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수준의 고급 대형 세단과 쿠페 개발의 프로젝트 명은 'BH(brilliant honor)'. 남양종합기술연구소에 집결한 BH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은 5년여의 시간에 걸쳐 제네시스를 개발해냈다. 투자비만 총 5000억원.

제네시스는 배기량과 차체 크기를 놓고 보면 그랜저와 에쿠스의 중간급에 해당하지만, 성능과 품질 면에서는 기존 국산차 수준을 크게 뛰어 넘었다. 엔진은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승용 람다엔진을 채택했다. 이 엔진은 현재 그랜저와 에쿠스에도 장착되고 있다.

같은 3300cc급 엔진이라도 최고 출력이 그랜저는 233마력,에쿠스는 247마력인 데 비해 제네시스 3.3 모델은 262마력에 이른다. 3.8 모델을 비교해 봐도 제네시스의 엔진 최고 출력은 290마력으로 그랜저(264마력)와 에쿠스(266마력)에 비해 훨씬 높다.

이 같은 엔진 파워는 배기량이 비슷한 BMW530i와 메르세데스벤츠 E350의 272마력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엔진 성능뿐 아니라 기존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던 각종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앞차와의 적정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차량의 진행 방향에 따라 전조등 각도가 조절되는 어댑티브 헤드램프(AFLS),후방 충돌시 좌석의 목받침이 순간적으로 올라가 승객의 목 부상을 최소화하는 전자식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은 제네시스가 자랑하는 첨단 사양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8월부터 내수시장을 뛰어넘어 미국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제네시스 V6 3.8모델과 V8 4.6 모델 두가지다. 가격은 각각 3만3000달러,3만8000달러로 책정됐다. 선루프,블루투스 등 고급 사양도 그대로 장착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0월 또 한 번 진화했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를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

25 개월의 연구기간 동안 1825억원이 투입된 제네시스 쿠페는 제네시스 세단의 플랫폼에 스포츠카 특유의 역동적인 디자인과 주행성능이 더해졌다. 380 GT의 경우 최대출력 303마력,최대토크 36.8kg.m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6.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베스트셀링 스포츠카들처럼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하고 브리지스톤사의 포텐자 타이어를 장착했다. ZF사의 6단 자동변속기,브렘보사의 캘리퍼와 디스크 등 세계 최고 브랜드의 전문 부품을 집약해 꿈의 자동차를 완성해낸 셈이다.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됐고,제네시스 세단처럼 일반부품 3년/6만km,동력계통 5년/10만km의 무상보증기간이 적용된다. 가격은 2320만원~3392만원대. 제네시스 쿠페 역시 조만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이제 컨버터블(오픈카)에 대한 도전이 남았다. 벌써부터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픈카 제네시스' 출시계획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컨버터블 출시 계획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픈카 제네시스'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끝없는 진화를 기다리고 있는 열망 때문이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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