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계에는 스릴러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스릴러는 좁은 의미로 살인을 다룬 범죄극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관객에게 자극을 주기위한 장치로 짜여진 드라마를 뜻한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치열한 두뇌게임,자극적인 영상,반전 등이 스릴러의 매력이다. 지난해 연쇄살인을 다룬 '추격자'가 크게 히트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올해 개봉될 스릴러는 '작전''인사동 스캔들''마린보이''핸드폰''세이빙 마이와이프'등 상반기에만 10여 편에 달한다. 단순한 범죄영화 틀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소재를 차용한 게 특징.봉준호 감독의 '마더',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박찬욱 감독의 '박쥐' 등 이른바 '빅3 감독'의 화제작들도 스릴러적 요소를 갖췄다.

오는 2월 개봉되는 '작전'은 '추격자'의 제작사 비단길의 신작으로 주식시장과 작전세력을 다룬 범죄 스릴러.인생역전을 위한 주식을 연구한 전문가가 조폭 일당에게 엮여 수백억원 규모의 '작전'에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류스타 박용하와 김민정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김수진 비단길 대표는 "세계적인 증시대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주식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사회를 거울처럼 반영한,현실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오는 4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인사동스캔들'은 미술품 시장에 대한 관심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한국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팔린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위작 논란이 소송으로 번지는 등 미술품 감정의 전문성과 거래 투명성이 도마에 오른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400억원짜리 그림을 둘러싼 대형사기극을 그려낸 작품.

미술계의 큰 손역에 엄정화,복원전문가 역에 김래원이 각각 출연한다. 엄정화는 "관객들이 '이 여자,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악역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마린 보이'는 전직 수영선수가 몸 속에 마약을 넣고 헤엄쳐 운반하는 내용이며 '핸드폰'은 연예기획사 대표가 분실한 핸드폰에 담긴 정보가 악용되면서 '익명의 습득자'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세이빙 마이 와이프'(가제)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의 아내를 용의자로 생각하면서 혼란에 빠지는 영화다. 이밖에 구한말의 탐정을 다룬 '공중곡예사'(가제)와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와 싸우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차우' 등도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모은다.

거물 감독과 배우가 만난 화제작들도 스릴러적 요소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봉 준호 감독의 '마더'는 살인사건에 휘말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세상과 맞서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김혜자가 어머니로,한류스타 원빈이 아들로 나섰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존경받는 신부가 우연히 흡혈귀가 되고,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진다. 구원이란 주제와 잔혹한 폭력이란 박 감독의 취향이 극적으로 표현될 전망.'박쥐'는 미국 메이저 영화사 유니버설이 제작비를 공동투자했고,'마더'는 일본에 선판매 계약을 맺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는 순제작비 110억원을 투입해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현대적으로 옮긴 영웅물.매력남 강동원이 도술에 뛰어난 악동 전우치,'추격자'의 주인공 김윤석이 500년 전 전우치를 족자 속에 봉인한 도사 화담을 연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