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대전망] 한국경제 희망의 함성 "한강의 기적이여 다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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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己丑)년 새해가 밝았다. 예년과 달리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힘겨운 생존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예상이 몰고오는 공포다.
올 한 해를 고통스럽게 할 경제 위기는 아직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추락이기에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대부분 연구소와 금융회사들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크게 낮춰 1~2%대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국가 수반인 이명박 대통령까지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지도 모를 위기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 근근히 연명해 왔던 한계기업들,경제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기업들,급격한 경제 상황 변화를 읽지 못한 기업들은 외환위기 때 목격했던 쓸쓸한 구조조정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멀쩡한 기업들도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어 직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장기휴가를 실시하거나 감산에 들어갔다.
대규모 실업사태도 불가피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무려 150만명이 실업의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올해 불어닥칠 실업한파가 얼마나 매서울지 짐작할 만하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도 이미 크게 하락했고 소비도 급전직하로 위축되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든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든 심각한 불황 앞에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의 화두는 '생존'이다. 끝끝내 버텨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다른 나라들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기라성 같은 대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부채비율이 200% 이내이며 호황 때 쌓아둔 현금성 자산도 많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 금융위기로 인한 직접 손실도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0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아무 준비도 없이 파탄이 났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제도적 틀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기업들이 부실화됐을 때 신속하게 개입해 구조조정 또는 지원을 판단하고 행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아 재정 투입 여력이 크다. 재정 투입으로 경기침체를 조금이나마 더디게 할 수 있고 경기가 회복될 때 더 빨리 상승 추세를 탈 수 있게 힘을 보탤 수 있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도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 부족 국가에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지난해처럼 급등락하기보다는 점점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 각 주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위기일수록 국민적 통합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가장 먼저 서민생활 안정대책부터 챙겨야 한다. 10년 전 공공근로사업과 같은 대대적인 실업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민생활을 먼저 돌보지 않는다면 경제위기 쓰나미 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근로자들도 함께 위기극복에 나서야 한다. 상황이 어려운 기업들은 노조가 먼저 나서서 감원보다는 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게 맞다. 상황이 좋은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세계적인 기술이나 특허를 가진 업체들을 인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