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終價 관리…환란때는] 정부가 마지막 날 230원 끌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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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31일.당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4원80전 오른 1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이 '국가 부도' 상태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질 때였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울 때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외환딜러들은 한동안 눈을 의심해야 했다. 31일자 시장평균환율이 자신들이 아는 '31일 종가'보다 230원이나 낮은 1450원에 고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환시장 밖에서 대규모 매매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으로 환율을 관리한 결과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국책은행 등을 동원해 외환시장 밖에서 낮은 환율로 장외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시장평균환율을 떨어뜨렸다"며 "딜러들 사이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시 연말 환율 관리에 나선 이유는 지금과 마찬가지다.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평균환율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올해도 10여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평균환율을 큰 폭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당시는 외환시장이 자유화되지 않았고 시장 규모도 작아 정부가 환율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고 국제적으로 '보는 눈'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0여년 전처럼 드러내놓고 시장평균환율을 떨어뜨릴 경우 잘못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찍히는 등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특히 최근 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미국과 중국 일본은 한국이 통화스와프 자금을 '환율 방어'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외환시장 폐장까지 남은 이틀간(29일과 30일) 장내에서 '미세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연말 환율 종가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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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평균환율(Market Average Rate)
거래량을 감안한 가중평균 환율이다. 가령 특정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 10억달러,1100원에 10억달러가 각각 거래됐다면 이날 시장평균환율은 1050원((1000원×10억달러+1100원×10억달러)÷20억달러)이다.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결산에 적용되는 환율은 외환시장 폐장일인 오는 30일 거래로 산출되는 시장평균환율이며 다음날인 31일 고시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외환딜러들은 한동안 눈을 의심해야 했다. 31일자 시장평균환율이 자신들이 아는 '31일 종가'보다 230원이나 낮은 1450원에 고시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환시장 밖에서 대규모 매매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으로 환율을 관리한 결과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국책은행 등을 동원해 외환시장 밖에서 낮은 환율로 장외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시장평균환율을 떨어뜨렸다"며 "딜러들 사이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시 연말 환율 관리에 나선 이유는 지금과 마찬가지다.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평균환율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올해도 10여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평균환율을 큰 폭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다. 당시는 외환시장이 자유화되지 않았고 시장 규모도 작아 정부가 환율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고 국제적으로 '보는 눈'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0여년 전처럼 드러내놓고 시장평균환율을 떨어뜨릴 경우 잘못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찍히는 등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특히 최근 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미국과 중국 일본은 한국이 통화스와프 자금을 '환율 방어'에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외환시장 폐장까지 남은 이틀간(29일과 30일) 장내에서 '미세조정'을 하는 방식으로 연말 환율 종가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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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평균환율(Market Average Rate)
거래량을 감안한 가중평균 환율이다. 가령 특정일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 10억달러,1100원에 10억달러가 각각 거래됐다면 이날 시장평균환율은 1050원((1000원×10억달러+1100원×10억달러)÷20억달러)이다.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결산에 적용되는 환율은 외환시장 폐장일인 오는 30일 거래로 산출되는 시장평균환율이며 다음날인 31일 고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