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 부담 '뚝' … 기업합병 속도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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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정비로 청구기간 '제한'
LG이노텍-마이크론 등
내년 2월 이후 활기 예상
금융당국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남발을 억제키로 함에 따라 기업들의 합병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단기차익을 노린 주식 매입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합병 추진에 대한 부담이 한결 완화되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 등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사항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사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합병을 추진하다 과다한 매수청구대금 부담으로 합병을 중단한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상장사의 합병추진 이사회 결의사실을 공시하기 전이나 공시 후 24시간 안에 사들인 주식에 대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번 조치는 내년 2월4일부터 시행된다.
지금은 합병 공시 후 2주가량 뒤인 주주확정기준일 사이에 주식을 살 경우에도 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합병 공시 때 결정된 매수청구가격보다 주가가 급락한 경우가 많아,오로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무위험 차익거래' 수요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매수청구 부담으로 합병무산 잇따라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추진 중이던 합병이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LG이노텍은 지난 5일 LG마이크론과의 합병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9월29일 합병 결정 당시 5만18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매수청구 마지막날인 지난 4일엔 매수청구가(4만8938원)에 훨씬 못 미치는 3만4200원까지 곤두박질치면서 두 회사의 매수청구대금 합계액이 18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텔레매틱스 전문기업 포인트아이도 비상장사 에이록스와의 합병을 시도하다 매수청구권 행사를 노린 주주들의 반대표가 무더기로 쏟아져 합병이 무산됐다. 포인트아이 관계자는 "임시주총 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식이 전체 상장주식의 절반 수준인 300만주 가까이 나와 지급예상액이 90억원가량 됐다"며 "이 중 절반만 행사되더라도 매수청구대금이 45억원에 달하는 만큼 차라리 합병을 늦추는 것이 회사에 낫다고 판단해 경영진 측도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제뉴사이언스와 합병을 추진하던 스카이뉴팜은 매수청구대금이 급증한 데다 합병에 따른 청산소득세 부담까지 더해져 합병을 취소했다.
이미 합병작업을 마친 기업들도 과다한 매수청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텔슨이 우회상장한 디지털큐브는 48억원에 달하는 청구대금을 조달하지 못해 지난 4일로 예정됐던 매수 시한을 내년 3월4일로 연기했다.
◆합병 추진 속도 낼 듯
금융위의 이번 매수청구 기간 제한조치가 시행되면 과도한 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해결됨에 따라 기업들의 합병추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매수청구대금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이 무산된 기업들은 기존 계획을 빠른 시간 안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이미 두 회사 간에 조직통합 작업 등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그룹 차원에서 부품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합병 논의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바닥으로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수청구권을 통해 단기차익을 노린 데이트레이딩이 사라지면서 합병 시너지 효과가 해당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장기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KT와 KTF,LG데이콤과 LG파워콤 등 그동안 증시에서 거론됐던 기업들의 합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
LG이노텍-마이크론 등
내년 2월 이후 활기 예상
금융당국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남발을 억제키로 함에 따라 기업들의 합병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단기차익을 노린 주식 매입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합병 추진에 대한 부담이 한결 완화되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 등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사항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사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합병을 추진하다 과다한 매수청구대금 부담으로 합병을 중단한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상장사의 합병추진 이사회 결의사실을 공시하기 전이나 공시 후 24시간 안에 사들인 주식에 대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번 조치는 내년 2월4일부터 시행된다.
지금은 합병 공시 후 2주가량 뒤인 주주확정기준일 사이에 주식을 살 경우에도 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합병 공시 때 결정된 매수청구가격보다 주가가 급락한 경우가 많아,오로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무위험 차익거래' 수요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매수청구 부담으로 합병무산 잇따라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추진 중이던 합병이 무산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LG이노텍은 지난 5일 LG마이크론과의 합병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지난 9월29일 합병 결정 당시 5만18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매수청구 마지막날인 지난 4일엔 매수청구가(4만8938원)에 훨씬 못 미치는 3만4200원까지 곤두박질치면서 두 회사의 매수청구대금 합계액이 18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텔레매틱스 전문기업 포인트아이도 비상장사 에이록스와의 합병을 시도하다 매수청구권 행사를 노린 주주들의 반대표가 무더기로 쏟아져 합병이 무산됐다. 포인트아이 관계자는 "임시주총 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식이 전체 상장주식의 절반 수준인 300만주 가까이 나와 지급예상액이 90억원가량 됐다"며 "이 중 절반만 행사되더라도 매수청구대금이 45억원에 달하는 만큼 차라리 합병을 늦추는 것이 회사에 낫다고 판단해 경영진 측도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제뉴사이언스와 합병을 추진하던 스카이뉴팜은 매수청구대금이 급증한 데다 합병에 따른 청산소득세 부담까지 더해져 합병을 취소했다.
이미 합병작업을 마친 기업들도 과다한 매수청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텔슨이 우회상장한 디지털큐브는 48억원에 달하는 청구대금을 조달하지 못해 지난 4일로 예정됐던 매수 시한을 내년 3월4일로 연기했다.
◆합병 추진 속도 낼 듯
금융위의 이번 매수청구 기간 제한조치가 시행되면 과도한 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해결됨에 따라 기업들의 합병추진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매수청구대금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이 무산된 기업들은 기존 계획을 빠른 시간 안에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이미 두 회사 간에 조직통합 작업 등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그룹 차원에서 부품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합병 논의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매수청구가격을 바닥으로 하방경직성을 확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수청구권을 통해 단기차익을 노린 데이트레이딩이 사라지면서 합병 시너지 효과가 해당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장기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KT와 KTF,LG데이콤과 LG파워콤 등 그동안 증시에서 거론됐던 기업들의 합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