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업체를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처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지는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판매 부진으로 파산에 몰린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세계 5위 D램 업체인 키몬다는 독일 작센주와 포르투갈 금융회사로부터 3억2500만유로(약 5800억원)를 지원받게 된다. 이와 함께 독일 연방정부 등으로부터 2억8000만유로(5100억원)의 신용 보증도 받는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어 키몬다 경영이 정상화될지는 의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금 수혈로 수명 연장이 가능하겠지만 본질적인 회생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키몬다의 올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급감한 4억7600만유로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실적 악화에 따라 이달 초 예정됐던 4분기 실적 발표마저 미룬 상태다.

이에 앞서 대만도 자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키로 했다. 스옌양 경제산업부 차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D램 업체들의 경영 재건 계획을 수용해 지원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각국이 업체 지원에 나선 것은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데다 수요마저 줄어들어 방치하면 파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 4분기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줄어들고 내년 매출도 5.6% 감소한 2467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