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그룹 가입 이후 쿠바에도 변화 전망
오바마 입장에 관심..라울과 대화 가능성 높아


쿠바가 중남미 지역 정치기구인 리우그룹에 가입함에 따라 5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대(對) 쿠바 경제제재가 점진적으로 해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라질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리우그룹 가입으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 사회주의 좌파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쿠바의 정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올 것이며, 이는 미국 정부의 경제제재가 점진적으로 해제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리우 데 자네이루 연방대학 현대연구소의 다니엘 샤베스 연구원은 21일 "리우그룹 가입으로 쿠바가 당장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집권 이후에도 폐쇄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쿠바 정치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라울 의장은 지난 16일 제1회 중남미ㆍ카리브 정상회의와 동시에 열린 리우그룹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인 가입 절차를 마쳤다.

리우그룹은 중미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한창이던 지난 1986년 12월 18일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멕시코, 파나마,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8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을 배제한 채 출범한 기구다.

벨리스,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가이아나, 아이티,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이 차례로 가입했으며 카리브 지역 경제공동체인 카리콤(Caricom)이 블록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쿠바의 가입으로 회원국은 23개국으로 늘었다.

샤베스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쿠바를 민주화시키겠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리우그룹이 쿠바를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면서 나타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정치적 변화를 쿠바 정치체제의 개혁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쿠바 제재가 언젠가는 종료되겠지만 그 과정은 점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중단기적으로는 쿠바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 확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브라질 정부와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쿠바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라울 의장이 오바마 취임 후 대화 의사를 밝힌데 이어 미국과 쿠바 양국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정치범들을 상호 석방하자는 제의를 하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라울 의장의 제의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오바마 당선인 측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샤베스 연구원은 오바마 당선인이 중남미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 좌파정권에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오바마 당선인과 라울 의장의 대화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4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미주정상회의는 쿠바의 미주기구(OAS)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OAS에는 현재 쿠바를 제외하고 남ㆍ북미와 중미 및 카리브 지역의 34개국이 가입해 있다.

OAS는 1960년 8월 미국의 쿠바 부분 금수조치, 1961년 1월 미국-쿠바 국교 단절 이후 1962년 1월 쿠바의 회원국 자격을 박탈했으며, 1964년 7월에는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및 외교관계 단절을 공식 결의했다.

쿠바가 리우그룹 가입에 이어 OAS 복귀 가능성까지 열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