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89조 사상 최대 … 개인자금은 주식·채권 '기웃'

한국은행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고 있지만 은행들이 신용경색으로 대출을 꺼려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하고 있다.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사상 최대규모의 자금이 몰리는 반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1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MMF 잔액은 8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MMF 잔액은 지난 9월말에만해도 62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국제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달들어 불과 보름여만에 9조원 넘는 자금이 신규유입됐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단기상품이다. 이 곳에 돈을 맡기는 곳은 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다. 반면 개인들은 돈을 빼고 있다. MMF 금리는 연 5%대 초반으로 우량 회사채(연 8% 육박)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MMF에 뭉칫돈을 맡기는 것은 신용경색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 때문에 대출 등 장기간 돈이 묶이는 것을 싫어해서다.

은행들은 또 한은에 '연 3%의 금리만 받아도 좋으니 제발 여유자금을 맡아달라'는 분위기다. 한은이 지난 18일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주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입찰에는 사상 최대인 41조3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현재 RP매각 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연 3%다. 한은은 이 중 13조원만 흡수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소화하라며 돌려보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의 여유자금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으로는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상품 위주로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회사채 등 장기채권으로 까지 매수세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국의 부도업체수는 지난 10월 321개에 이어 11월에도 297개에 달했다. 지난 9월 이전에는 한달에 200개 안팎이던 부도업체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신설법인수는 지난 11월 3천331개로 전월보다 644개 줄어 올들어 월별로 가장 적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