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사건.부사관 성폭행에 근무지 이탈 술판까지

해군 동료 부사관 성폭행 사건에 이어 비무장지대(DMZ)에서 최전방 경계를 책임지는 초소(GP)의 간부들이 근무지를 이탈해 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군의 기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국방부가 최근 'GP 수류탄 폭발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군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37개 대책을 발표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런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육군에 따르면 강원 철원 지역 3사단 예하의 GP에서 근무지를 벗어나 불법 반입한 술을 마신 GP장 송모 중위와 다른 GP장 임모 중위, 부GP장 한모 중사를 비롯한 부사관 3명 등 모두 5명이 최근 군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신 분대장 4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과 지난 5월 말, 11월 1일 등 3차례에 걸쳐 상급 부대에 보고해 지휘관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서로의 GP를 오가며 술판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에는 성탄절이니 분위기를 내자는 이유로, 지난 5월 말에는 수하에 있는 분대장(중사)의 생일이 곧 다가온다는 이유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져 군의 근무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초소 개선 공사를 하러 온 공사 근로자를 통하거나 사단 교육을 받으러 다녀오는 길에 사오는 방법으로 술을 GP에 반입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송 중위 등이 근무했던 GP는 지난달 수류탄 폭발사건이 발생한 6사단 GP와 불과 20여㎞ 거리다.

육군은 지난달 23일 발생한 6사단 GP 수류탄 사고의 후속조치로 전 GP의 근무실태를 조사해 1개 GP에서 근무조를 불법 편성하고 간부 입회하에 탄약을 받지 않는 등의 경계근무규정위반 사실을 적발, 간부 2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밝혔지만 송 중위 등의 사건은 공개하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는 사건 조사 초기였기 때문에 사건을 공개할 수 없었다"며 "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서 기소 단계에서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P를 담당하는 중대장과 대대장은 보직 해임됐고 이들을 포함해 연대장과 사단 정보참모까지 군단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라며 "5군단장과 3사단장에 대해서는 육군본부 감찰실에서 지휘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