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구글이 전용 네트워크 개설을 주장하고 나서 미디어 업계는 물론 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최근 대형 케이블·전화 사업자들에 자사 콘텐츠 전용 ‘고속 전송로(fast lane)’를 개설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엣지(Open Edge)’로 명명된 프로젝트에 따라 구글의 서버를 망사업자 네트워크에 직접 배치해 서비스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구글이 그동안 모든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동일한 조건의 네트워크 접속 속도와 품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른바 ‘망중립성’의 대표적 지지자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인터넷 사업자들과 망중립성 옹호자들은 “품질이 아닌 돈에 따라 콘텐츠 전송 속도가 좌우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대해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망중립성을 대표적인 IT 정책으로 내세웠던 점을 고려하면 국가 최고기술임원(CTO)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에릭 슈미트 구글 CEO의 ‘변심’이 예사롭지 않다고 외신은 분석했다.이에 대해 외신은 매년 동영상 트래픽이 50% 이상 증가하는 상황에서 망사업자들이 콘텐츠 제공업체들에 망 업그레이드 비용을 할당하는 수단으로 ‘고속 전송로’ 개설을 요구하면서 대형 컨텐츠 공급자(CP)들이 하나 둘 이에 동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례로 2년 전만 해도 망중립성 지지자였던 MS는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현재 MS는 망사업자들이 차별화된 등급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영향력있는 망중립성 지지자였던 스탠포드대의 로렌스 레식 교수도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CP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통행료를 지불할 수 있다며 기존 원칙을 바꿨다.

외신은 구글이 이같은 대세에 편승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과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특정 웹사이트가 특권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소수 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며 결국 모든 콘텐츠 업체들이 공멸한다”며 망 중립성을 강하게 지지해왔다.구글과 접촉 중인 대형 케이블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의 협상이 FCC의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며 “협상이 이뤄질 경우 워싱턴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