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청담동에 세계 4번째로 문을 연 '까르띠에 메종'.2층 매장(231㎡)은 전 세계에서 30개만 한정 생산한다는 1억7800만원짜리 최고가 '팬더' 시계부터 200만원대 최신 '까르띠에' 시계들로 가득하다. 매장 면적의 20%에 불과하던 시계 코너를 50%로 대폭 늘렸다. 고민수 까르띠에 메종 매니저는 "핸드백 등 잡화류보다 시계를 찾는 분들이 많아 시계 라인을 강화했다"며 "환율 상승으로 시계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예물용으로 사두려는 예비 신랑 신부들도 많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도 명품시계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자 백화점과 명품업체들이 앞다퉈 편집매장을 열거나 기존 매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남성의 로망'으로 불리는 명품시계에 매료된 중년 남성들과 엔고 덕에 쏟아져 들어온 일본인 관광객들로 인해 시계매장은 '나홀로 호황'이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선 지난해 10%에 불과하던 명품시계 매출 신장률이 올 1~11월엔 52%로 커졌다. 에비뉴엘은 2005년 개장 때 연 멀티시계숍 '크로노다임'에 이어 작년 7월 2층에 190㎡(628평) 규모의 '이퀘이션두땅'(equation du tempsㆍ시간의 오차율이란 뜻)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최근 잠실점에 페라가모 베르사체 등 5개 브랜드로 구성된 프리미엄클럽 시계 편집매장을 추가 입점시켰다.

또 본점에만 있던 '스와치 멀티숍'을 이달 중 부산점ㆍ분당점ㆍ미아점ㆍ울산점 등에도 열 계획이다.

박상옥 롯데백화점 시계 바이어는 "불황에도 크로노다임이 월 평균 13억원,이퀘이션두땅이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며 "최근 엔고 바람에 씀씀이가 커진 일본 관광객들이 한 번에 수백만원짜리 고급 시계를 2~3개씩 사간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8월 압구정 본점에 명품시계 편집매장 '더 하우스 오브 파인워치'를 개장한 이후 최근 매출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이 매장은 스위스 리치몬드그룹이 세계 처음으로 국내에 문을 연 직영 편집매장이다. 그만큼 해외 명품업체들이 국내 시계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82㎡(25평)의 매장에 진열된 300여개 시계는 가격이 150만원부터 최고 4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2억4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개점 당시보다 4배나 급증했다.

갤러리아 명품관 웨스트엔 최근 준명품급 이탈리아 시계 브랜드 '토이와치' 매장이 들어섰다. 제품 가격이 대부분 50만원대로 젊은층 스몰럭셔리족을 겨냥하고 있다.

장성호/안상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