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ㆍ롯데칠성 등 유망 … 증시반전 계기 될수도

자산재평가가 10년 만에 허용됨에 따라 부동산이나 기계설비 등의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자산재평가 허용은 상장사들의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한국 증시의 주가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5일 증권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자산재평가 허용 방침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종목들에 관심이 집중됐다.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게 회계장부에 반영된 부동산이 제값대로 평가될 경우 대규모 재평가 차액 발생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산주의 대표격인 롯데칠성은 이날 장 초반부터 급등세를 보이다 9.9%라는 높은 상승률로 장을 마쳤다.

이준환 한화증권 연구원도 일차적으로 부동산 자산주가 자산재평가의 수혜주로 부상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수혜 종목으로 대한제당 대성산업 경방 성창기업 한국전력 롯데칠성 등을 꼽았다. 이들은 상업적 활용가치가 높은 토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에 훨씬 못 미치는 저평가 종목이라는 설명이다. 경방의 경우 회계장부에 잡힌 토지가격만 시가총액의 3배에 달하고,대한제당도 장부가가 시가총액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우량 부동산을 보유한 저PBR주로 효성 넥센타이어 세방 현대DSF 등을 지목했다. 이 밖에 롯데칠성 남양유업 등 전통적인 자산주들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롯데칠성음료를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주로 꼽았다. 1만200평 규모 서초동 물류센터의 장부가는 1110억원이지만 인근 상업용지 가격이 평당 1억원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매각가치만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 뿐만 아니라 재계의 대표적인 부동산 부자인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44개사는 장부가 6조4479억원에 달하는 토지를 보유해 30대그룹 중 최고다.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는 11조93억원으로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2위인 삼성그룹의 7조953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은 액수다.

자산재평가 허용 조치는 단순한 부동산 자산주의 테마를 넘어서 기계설비 등의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효과로 증시의 상승 반전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환 연구원은 "일차적으로 우량 부동산 보유주에 관심이 쏠리겠지만 실제로는 기계설비 등의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한 종목의 수혜가 더 클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자산재평가 허용은 2011년에 전면 채택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일부 조항을 앞당겨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설비 등의 유형자산을 대량 보유한 업체들의 수혜폭이 토지 보유회사 못지 않게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IFRS를 먼저 도입한 유럽 등의 사례를 볼면 자산재평가에 해당하는 '공정가치' 기준으로 자산을 평가하면서 절반 정도의 기업이 이익과 자산 상태가 크게 개선됐다"며 "재평가 허용조치가 재무구조 개선과 이익 증가를 불러와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를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IBK투자증권은 자산재평가 도입시 수혜 업종으로 전체 자산에서 유형자산 비중이 높은 반면 부채비율도 높은 업종인 운수창고 종이목재 섬유의복 등을 꼽았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