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이다. 술자리가 잦은 만큼 각종 사건ㆍ사고에 대비해 몸조심ㆍ말조심을 해야 한다. 송년회 사건ㆍ사고를 법원의 판례를 통해 알아 봤다.

송년회에서 2차를 갔다가 사고가 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방송 관련 업무를 했던 추모씨(59)는 1999년 송년회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2차로 맥주집에 갔다가 뒤로 넘어져 다쳤다. 추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냈으나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차 회식 때는 휴가자를 뺀 13명 전원이 참석했으나 2차 회식 때는 추씨 등 3명만 참석했고 비용 또한 개인이 지불한 것으로 봐 회사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년회 자리에서는 입조심도 해야 한다. 인천의 한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동 대표였던 윤모씨(56)는 송년회 자리에서 회장을 비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2007년 12월 송년회에서 윤씨는 회장인 오모씨가 "장기수선 충당금 2500만원을 횡령했으니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라며 해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고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9월 윤씨의 명예훼손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송년회라는 들뜬 분위기 속에 술을 강권하다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주량이 맥주 두 잔에 불과한 고모씨(여)는 직장 상사 양모씨의 술 강요를 견디다 못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술을 잘 못하는 고씨에게 집요하게 술을 마시게 한 것은 인격권 침해"라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술 강권도 문제이지만 폭행은 더 큰 문제.충남 예산에 사는 주모씨(35)는 송년회 자리에서 직장 상사인 김모씨(52)가 술을 강권하자 거절하면서 욕을 했다. 이에 김씨가 주씨의 얼굴을 3~4차례 때렸고 주씨는 김씨의 턱을 가격하고 넘어진 김씨를 발로 밟는 등 전치 7주의 부상을 입혔다.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술을 강권한 김씨도 책임이 중하지만 김씨의 부상 정도가 심하고 주씨가 사건 후에도 사과하지 않은 점을 보면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선고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