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미국발 악재 등에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떨어지며 증시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12일 오전 10시 현재 은행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10.58포인트(5.40%) 급락한 185.21을 기록, 업종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지주사들이 속한 금융업종 지수도 4.6% 하락중이다.

종목별로 보면 KB금융지주가 10.49% 떨어지고 있는 것을 비롯 하나금융지주(-7.99%) 신한지주(-7.59%) 기업은행(-7.59%) 우리금융(-6.26%) 외환은행(-4.34%)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외국인이 500억원 넘게 금융주를 팔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도 173억원 순매도해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뉴욕증시 하락 등 미국발 악재가 부각된 면이 크다. 하원을 통과한 미국 자동차 업체의 구제금융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전일 뉴욕증시는 금융주를 중심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도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중 주요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내년 기준 최근 0.7배까지 올라와 지난 신용카드 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할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상승, 마진 악화 등 은행의 주가를 짓누르는 악재가 여전해 최근 주가급등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헌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환율 하락에 따른 파생상품손실 감소 기대감 등으로 은행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였으나,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이전까지는 본격적인 주가 반등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전일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린 것도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은행의 조달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CD(양도성예금증서) 등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이보다 더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며 은행의 순이자마진에 부정적인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여기에 후순위채 발행 등 은행이 자본 확충을 위해 고금리로 자본을 조달하고 있어 마진 하락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