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호재인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가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성사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코스닥 상장업체 휴람알앤씨가 그 장본인이다.이 회사는 대규모 증자를 실시한 뒤 적대적 M&A 세력 극적으로 타협, 분쟁을 종료했다.

적대적 M&A 이슈가 사라지면서 주가는 나흘 연속 급락중인데다 일반공모 청약도 이미 완료돼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극적 타결로 종료된 경영권 분쟁

12일 휴람알앤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적대적 M&A세력인 개인투자자 정만현씨가 제시한 모든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씨의 요구사항은 오는 15일까지 모회사 휴람알앤씨와 자회사 우원이알디, 대상 등에 '정씨 또는 정씨가 원하는 자'에 한해 각각 1명씩을 등기이사로 선임할 것과 김기영 휴람알앤씨 회장이 보유중인 우원이알디의 지분 일부를 원하는 시점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 권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현재 경영권을 포기했고, 적대적 M&A를 준비하며 장중 매입했던 휴람알앤씨의 보유지분 35.26%를 현 경영진 측에 넘기고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정씨가 처분한 지분의 단가는 1주당 812원이었고, 이는 정씨의 평균매입단가와 같은 가격이다.

◆대규모 일반공모 유증 이후 타협.."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한 M&A 전문가는 이번 적대적 M&A 시도를 두고 "애초부터 무리한 싸움"이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휴람알앤씨의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만 31% 이상에 달해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이 전문가는 설명했다.

또 적대적 세력과 현 경영진이 타협한 시점이 매우 절묘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의혹으로 삼았다.

이 전문가는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 일반공바 발행가격(500원)을 훨씬 웃돌게 되자 70% 가까운 청약률을 기록하며 대규모 증자가 성공을 거둔 직후였다"고 지적했다.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확산으로 대부분 상장사들이 줄줄이 실패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이 와중에 휴람알앤씨가 22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성공, 요즘 시장에서 매우 보기 드문 사례를 남겼다.

휴람알앤씨가 이번 증자를 통해 모은 돈은 140억원에 육박한다.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미미한 대책?

정씨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현 경영진의 대책도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휴람알앤씨는 정씨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김 회장이 개인돈으로 자사의 일반공모에 대거 참여할 것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이 이번 일반공모에 참여한 투자금액은 총 증자규모 220억원 중 20억원(400만주)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휴람알앤씨 관계자는 그러나 이에 대해 "증자규모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휴람알앤씨는 당시 적대적 M&A 세력에 맞서기 위해 김 회장 이외에 우호지분을 갖고 있는 '백기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으로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주가급락으로 피해 확산 우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정황상 여러가지로 의심이 가는 경우"라며 "향후 주가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적대적 M&A 이슈 직전 시가총액 200억원을 넘지 못했던 회사가 요즘 시장상황에서 2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적대적 M&A 이슈를 활용한 주가급등→증자성공→극적합의→주가급락 상황이 연출되며 이 모든 것이 대규모 유상증자 성공을 위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현재 휴람알앤씨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중이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4일째 하락이다.12일 종가(1190원)는 유상증자 청약완료일인 지난 10일 종가(1640원)에 비해 이틀만에 27% 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완료된 휴람알앤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청약자들과 주가급등 구간에서 추격 매수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