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펀드들은 2008년 치욕의 한 해를 보냈다. 변동성이 큰 이머징 펀드에 비해 선진국 펀드는 기대수익률은 약간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올해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12월3일까지 성적으로 보면 미국펀드는 올들어 평균 -47%로 거의 반토막 수준이고 일본(-43%) 유럽(-40%) 등도 손실률이 40%를 넘었다. 주로 선진국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역시 -51%로 이머징 펀드나 별 차이가 없었다.

내년에도 선진국 펀드는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이 투입되고 있는 미국은 내년 상반기까진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채수호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의 파산 가능성과 주택시장 하락세 등으로 미국의 경기하락 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하려면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실업률 상승 등을 근거로 내년에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로 실물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경기둔화,기업실적 악화 등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향후 12개월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추정치가 9% 수준으로 유럽 선진국들과 일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나대투증권은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는 미국은 투자심리가 안정될 경우 유동성 장세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락이 진정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 악화세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유동성 장세가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대 수준은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내년도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선진국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펀드 역시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이익전망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엔화 강세로 환노출형 일본펀드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원화가 지금보다 강세로 돌아설 수 있어 환노출형 일본펀드 비중은 서서히 줄이라고 삼성증권은 권유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역별 투자매력도로 선진국은 별 다섯개 만점 중 세 개를 매겼다. 삼성증권은 미국펀드에 대해 단기와 장기 모두 별 세 개를 부여했다. 일본은 단기적 관점에서 별 세 개,장기적으로는 별 두개를 달았다. 유럽은 장ㆍ단기 모두 별 두개만 받아 선진국 펀드 중 가장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