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주류사업 매각 의사를 밝힌 가운데, 롯데 등 음식료 업체의 인수 가능성은 낮고 사모펀드 인수 후 2~3년 후 재매각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강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아 하이트-진로의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5일 "매각 가격으로 거론된 6000억~1조원을 투자할만큼 자금 사정이 여유로운 기업이 많지 않다"며 "하이트-진로와 진검승부를 하기 위해서는 2조원대의 오비맥주까지 동시에 인수해야 한다고 보며,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이라 해도 경기침체기에 그같이 무리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상장된 음식료 업체가 현재 거론되는 가격으로 주류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단기적으로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는 롯데의 경우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차 연구원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확률이 높고, 경영권 인수 후 2~3년 후 재매각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분간은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하지 않아 하이트-진로에게 두산의 주류 매각 영향은 제한적이 되는 셈이다.

특히 2005년 하이트의 진로 인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걸었던 '향후 5년간 가격 인상 폭 제한' 등 조건에서 풀려나는 2010년 후반부터는 공동마케팅이나 주류도매상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차 연구원은 "오비맥주와 두산의 주류 부문을 누군가 전격적으로 경영권을 모두 인수해 2009~10년 대대적인 전쟁을 치르지 않는 한 하이트-진로의 입지는 점점 더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두산과 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각각 10%, 51% 가량이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