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제빙하기다. 따뜻한 새봄을 맞기 위해 내려가는 연습(Top to Bottom)을 해야할 때다. '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내려가는 연습>에서 "밑바닥까지 기꺼이 내려가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고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내려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는 '추락'과 달리 잠시 멈추고 몸을 낮췄다가 목적지를 향하는 다시 뛰어오르기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처음 유도를 배울 때는 한동안 쓰러지는 연습(낙법)만 한다. 쓰러지는 훈련을 통해 다치지 않는 기술을 충분히 익힌 후에야 공격 훈련에 임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의 고수들은 하락장에서 진정한 풍모를 드러낸다. 그들이 진정한 고수인 것은 오를 때 최고의 수익률을 올려서가 아니다. 내릴 때 빠르게 손을 털어 손실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

그는 '훌륭한 장수가 대규모 공격에 앞서 유사시의 퇴로부터 먼저 확보하는 이유를 잊지 말라'면서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만일 있을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함으로써 손실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일류 기업들도 실패학습을 체계화해놓고 있다. 실패한 사업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놓고 유사시 그것을 교훈 삼아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뜻이다.

그는 또 '모든 산에는 꼭대기가 있듯이 고도성장 역시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며 일정 규모에 이르면 성장(양)이 아닌 성숙(질)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서 '내려가는 연습 8가지'를 제시한다.

◇버티지 말고 내려가자=기꺼이 내려가야 다시 오를 수 있다.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내려가는 것이다.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이다. ◇버리고 내려가자=낡은 습관도 벗어버리고 홀가분하게 내려가야 한다. 버려야 채울 수 있다. ◇함께 내려가자=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워하자.어려울 때일수록 친구들을 챙기자.세상은 나눌수록 커진다. ◇두려워 말고 내려가자=해야 할 일,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천천히 내려가자=발밑을 살피면서 내려가자.예상 밖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성하며 내려가자=지금의 고통은 우리가 불러들인 것임을 명심하자.◇방황하며 내려가자=치열한 삶일수록 엎어지고 자빠진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새로운 세계로 내려가자=새로운 패러다임의 흐름에 올라타자.마음을 열고 나만의 재능을 꽃피우자.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것도 등고자비(登高自卑)의 정신이다. 지금의 위기를 회피하지 말고 기꺼이 내려가는 아픔을 경험하면서 진정한 성숙의 고지에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은 고객에게 내려가야 하고,사장은 직원들에게 내려가야 하고,대통령은 국민에게로 내려가야 한다. 스스로를 겸손히 낮추고 내려와야 생생한 바닥의 인생을 읽어낼 수 있다. '

이처럼 '내려가는 연습'은 자신을 낮춤과 동시에 높이는 '셀프 서번트(self-servant) 리더십'의 뿌리라 할 수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