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브랜드 절반 줄이고 북미 근로자 34% 감축
포드, 볼보 매각 추진 … 연료 절약형 자동차 개발
크라이슬러, 올해ㆍ내년 보너스 중단…합병 재추진


파산 위기에 처한 미국 자동차 '빅3'가 의회에 총 34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며 사업 정상화 방안을 담은 자구계획서를 제출했다.

2일 블룸버그통신 CNN 등 외신들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가 사업 구조조정과 최고경영자(CEO) 임금 삭감 등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서를 의회에 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3사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CEO들이 연봉을 1달러만 받기로 했다. 또 임금 및 복지 분야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3사가 경영 정상화에 필요하다며 요청한 자금 규모는 총 340억달러로,당초 논의했던 250억달러를 훨씬 웃돈다.

GM은 내년 3월까지 120억달러 지원과 함께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경우에 대비 60억달러의 신용한도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GM은 이가운데 이달 말이면 현금이 바닥난다며 40억달러는 곧바로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신 오는 2012년까지 북미지역 근로자를 34%가량 감축하고,현재 8개인 브랜드를 4개로 축소해 '시보레' 'GMC' '뷰익' '캐딜락'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방만하게 운영하던 딜러도 1750곳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4대의 전용기를 매각하는 등 다방면에서 긴축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600억달러가 넘는 부채를 절반 수준인 300억달러로 줄이기 위해 채권단과 보유 채권의 출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자구 계획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오는 2011년부터 부채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도 이날 의회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9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포드는 자구 방안의 일환으로 '볼보' 매각을 추진하고,전용기 5대도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내년에 관리직 직원의 보너스와 성과급 전액을 삭감키로 했다. 7년 동안 140억달러를 투입해 연료절약형 자동차를 개발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회사 측은 사업 구조조정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2011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포드 관계자는 "자체 보유 현금으로 내년 말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 장치"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아온 크라이슬러 역시 70억달러를 연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대주주인 서버러스캐피털의 담보 제공 의사를 담았으며,타 업체와의 합병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2010년까지 전기차를 개발해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보너스를 일절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UAW도 3일 디트로이트에서 전국 지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소집,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조 차원의 추가 양보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세라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구계획서는 '빅3'가 이미 마련한 사업계획에 대부분 있었던 것으로 새로운 게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는 4,5일 청문회를 열어 자구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집중 따져본 뒤 8일께 표결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빅3' 파산은 옵션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재정 지원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찰스 플러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정부가 특정 산업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 의회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자동차 3사가 경쟁력을 갖춰 빚을 상환할 수 있을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특정 산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달 의회에 출석하면서 회사 전용 비행기를 이용해 비난을 샀던 '빅3' CEO들은 이번에는 승용차로 워싱턴을 찾을 계획이다. GM 측은 릭 왜고너 CEO가 가솔린 전기차인 '말리부'를 탈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