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상 세금 가산조정…이연법인세차 늘어나
일부회사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 급락

증시 급락에 따라 변액보험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수천억에 달하는 법인세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세법에서 변액보험 계정과 보험사의 일반계정을 합쳐 세무조정(기업이 이익을 바탕으로 세법상 과세 소득을 계산하는 일)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2일 감독 당국에 따르면 전체 생보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은 9월 말 184.4%로 3월 말에 비해 52.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2개 생보사 중 ING 하나HSBC 미래에셋 KB 알리안츠 PCA AIG 교보 동양 등 9개사의 지급여력비율은 150% 이하로 떨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변액보험 평가손으로 인한 법인세 부담으로 인해 20~30%포인트가량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하나HSBC생명의 경우 9월 말 지급여력비율은 112.9%로 6월 말(178.2%)에 비해 65.3%포인트 급락했다. 하락분의 대부분이 지급여력비율 산출시 차감항목에 해당하는 이연법인세 자산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보험사들은 고객 재산인 변액보험 투자 실적이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변액보험 계정에서 평가이익이 났을 땐 이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덜 내고,반대로 변액보험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이익을 늘려 법인세를 더 많이 내고 있다. 변액보험은 투자 성과를 계약자에게 나눠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변액보험의 투자 성과가 100% 고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변액보험의 투자 성과를 특별계정으로 분리,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법은 다르다. 법인세법 5조에선 변액보험을 신탁계정의 예외로 분류,변액보험의 투자 성과를 보험사에 귀속시킨다. 변액보험은 사실상 신탁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특별계정으로 분리해 회사 측 일반계정에 영향을 안 미쳐야 하는데,세법에선 특별계정을 포함해서 세무조정을 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특별계정을 포함한 영향이 일반계정에 미쳐서 실제 법인세액이 달라지는 효과를 막기 위해 변액보험 특별계정에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났을 땐 그만큼 반영되는 이익을 줄여 법인세를 줄여주고,평가손실이 났을 때는 그만큼 반영되는 이익을 늘려 법인세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변액보험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미리 내려고 준비해둔 이연법인세차가 지난 6월 말 2200억원에서 9월 말 8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돈(이연법인세차)은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할 때 빠지기 때문에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덩달아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지급여력금액 차감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금감원에 건의했다. 일부 생보사들은 기획재정부 등에도 관계 법령을 고칠 것을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법을 개정할 경우 변액보험 특별계정과 일반계정이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에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메트라이프생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친 후 변액보험에 대한 유가증권 평가차익 등의 세무조정 처리에서 법인세가 누락됐다며 800억원을 과세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법인세법 5조에 따라 세무조정하는 게 맞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