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지만 IT 업체 투자자라면 되레 기대를 품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려운 시기를 참으면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아 향후 경기 회복 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이같은 기대가 은근히 표출되곤 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IT 업체들의 경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 간 '생존게임'에서 최후의 승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 증가가 현저히 둔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모두 내년 2분기 중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원가 경쟁력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환율 등 대외환경도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LCD 부문에서도 가격 상승의 과실을 독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보다 2.6% 늘어난 7조692억원으로 국내 개별 기업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또 하이닉스는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 부채로 인해 자본금이 잠식될 우려가 있지만 이미 주가에 선반영돼 있으며, 이보다는 향후 반도체 업황 반등에 따른 실적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는게 키움증권의 조언이다.

휴대폰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충분히 버틸만한 저력이 있다는 평가다.

KB투자증권은 2일 보고서에서 "내년 글로벌 휴대폰 출하량이 올해에 비해 1% 가량 줄겠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은 선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도 휴대폰 시장의 주류는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멀티미디어폰이 될 것이며, 원화 약세가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주된 근거다.

IBK투자증권 역시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대한 선별적 투자전략을 강조하며 LG전자와 KH바텍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향후 경기 회복시 IT 제품 중 휴대폰이 가장 먼저 국면 전환할 것이라 보고, 2010년 4.5% 성장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도 비슷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자의 기대'는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1일 핀란드의 한 경제지는 노키아가 세계적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경쟁업체들과 달리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노키아 CEO의 말을 인용,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의 위상과 규모, 투자능력, 글로벌 경영, 경쟁력 있는 브랜드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금융위기 와중에서 더 큰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2일 오후 2시 14분 현재 삼성전자(-4.20%), LG전자(-4.16%), 하이닉스(-5.66%) 등 대형 IT업체들 주가는 지수 하락과 함께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