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종목 대차거래 급감 … 주가는 코스피에 비해 약세

주식을 빌려 판 뒤에 다시 매입해 갚는 공매도가 금지된 지 2개월 만에 대차거래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을 되사서 갚는 '쇼트커버링'에 주력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대차 잔액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는 오히려 코스피지수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데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더 떨어진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때맞춰 해당 종목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것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반토막 아래로 대폭 낮춘 '매도' 보고서를 내놓아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할 외국인이 싼 가격에 주식을 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요 종목 대차 잔량 급감

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대차 잔액은 12조5998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27%를 기록,공매도를 금지하기 직전인 9월30일의 31조3016억원(4.25%)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개별 종목들의 대차 잔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9월30일 대차 잔량이 상장주식수의 20%에 달했던 한진해운은 1089만여주가 상환되면서 대차 잔량 비중이 7.9%로 급감했다. 기아차도 18%에서 7%로 줄었으며 삼성증권과 GS건설 현대산업 하이닉스 등도 공매도 금지 전 10%를 훌쩍 넘던 대차 잔량 비중이 두 달 사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는 공매도가 10월부터 주가연계증권(ELS) 및 주식워런트증권(ELW)에 대한 헤지 목적이나 장외거래 등 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전면 금지되면서 대차를 일으키는 공매도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변동성이 심한 10월에는 공매도 금지의 예외 대상인 ELS 헤지 공매도 물량이 많이 나왔으나 지난달엔 증시의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ELS 헤지 물량마저 줄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수요가 사라진 가운데 동시에 공매도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외국인이 이 기간에 쇼트커버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대차 잔량이 급감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두 달 사이 외국인은 9월30일 대차 잔량 비중이 11%를 넘었던 우리투자증권 주식을 553만여주 순매수하면서 지분율도 13%에서 17%로 높였다. 대차 잔량 비중이 각각 16%와 14%에 달했던 삼성증권과 현대산업 주식도 143만여주,107만여주씩 순매수했다.

◆주가는 더 떨어져


이처럼 외국인의 적극적인 쇼트커버링에도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오히려 시장 평균보다 더 떨어진 경우가 속출했다. 두 달 사이 코스피지수는 1448.06에서 1076.07로 30% 하락했지만 공매도 금지 전 대차 잔량 비중이 10% 이상이던 14개 종목 가운데 기아차 GS건설 하이닉스 미래에셋증권 현대차 등 9개 종목이 시장 평균보다 초과 하락했다. 하이닉스는 9월30일 1만9350원이던 주가가 11월28일 7410원으로 61%나 폭락했다.

특히 대차 비중이 높지만 주가가 시장평균보다 더 떨어진 종목들은 외국계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반토막 아래로 낮추고 투자의견을 '매도'로 설정했던 종목이어서 주목된다. 실제 두 달간 주가가 37% 떨어진 미래에셋증권은 JP모간이 10월19일 목표주가를 17만1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무려 60%나 낮췄으며,하이닉스는 지난 두 달 동안 도이치뱅크와 UBS 메릴린치 등에서 목표주가를 6000~7000원대로 낮춘 사이 대차 비중이 8%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외국인과 외국인을 고객으로 보유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빌린 주식을 싼 가격에 사서 갚기 위해 '매도' 보고서를 이용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보고서는 코스피지수가 900선까지 밀리고 난 뒤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증시가 저점이라고 판단하고 매도 보고서를 내 시장에 충격을 준 뒤 쇼트커버링을 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