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유럽의 비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유로화 도입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RTL-LCI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영국이 유로존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수 집행위원장은 "이번 금융위기로 유로화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영국 정계의 일부 관계자들이 유로화를 채택했더라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13% 하락했다. 반면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무려 23%나 떨어졌다. 영국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5개국에 비해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을 더 크게 받았고,영국 정부는 경제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고 있다. 바로수 위원장은 "영국민의 다수가 여전히 유로존 가입에 반대하고 있어 당장 내일 현실화될 일은 아니다"면서도 "실제 영국 내 관계자들은 유로존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유로화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슬란드와 덴마크도 유로화 도입을 고려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이르 하르데 아이슬란드 총리는 "이번 금융위를 통해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자체 통화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며 "EU에는 가입하지 않으면서 유로화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포함해 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금융위기로 통화가치가 반토막이 나는 등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유로 대신 자국 통화인 크로네를 사용하고 있는 덴마크의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도 지난달 유로존 가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 국민투표에서 7%포인트 차로 유로화 도입이 무산됐던 덴마크에서는 최근 50.1%의 국민들이 유로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이와 관련,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세계 금융위기로 유럽 국가들이 튼튼한 방어막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긴밀한 동맹이라는 유럽의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