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에서 풀(草)을 뗀 것이 악(樂)입니다. 약은 육신을 다스리고 음악은 영혼을 다스린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약학박사 출신의 공무원이자 음악칼럼니스트인 김문경씨(36)는 약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이렇게 풀이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 일반인들에겐 딱딱하고 따분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가까이할수록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의학에서 음악치료가 갈수록 각광받고 있을 정도로 음악이 갖는 매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서울대 약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약회사에도 다녔으며 지금은 특허청에서 약학 관련 특허심사관을 맡고 있다. 그가 음악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얻은 것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에 대한 시리즈 책을 내면서부터.2004년 '방랑과 뿔피리'라는 부제로 첫권을 낸 데 이어 '황금시대'라는 2부(2005년), '대지의 노래'라는 3부(2007년)를 잇따라 내놨다. 2006년엔 '클래식으로 읽는 인생'이란 책을 냈으며 최근엔 슈베르트의 음악을 분석한 '천상의 방랑자(밀물)'를 펴냈다.

김씨는 "악기는 피아노만 약간 다룰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어릴 때부터 모은 LP판 600여장과 CD 6000개가 가장 소중한 재산일 정도로 아직은 아마추어"라고 겸손해 했다. 그렇지만 '말러의 대가'로 통할 정도로 그의 음악적 시각은 이미 수준급이다. 그는 "중학교 때 라디오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 '타이탄'을 듣고 혼이 나가 말러에 스펀지처럼 빨려 들어갔다"며 "말러의 음악에는 요즘처럼 불안한 세상에 존재하는 심난함과 구원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슈베르트의 음악에도 인생의 우울함과 밝음이 모두 담겨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씨는 클래식음악 전문매장인 풍월당에서 매달 두 차례 강의하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전문가다. 그렇지만 "음악은 유일한 취미일 뿐 직업으로 전환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현재 맡고 있는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 방영된 TV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인해 클래식의 문턱이 다소 낮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며 "요즘처럼 앞날이 불투명할 때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어려움을 헤쳐가는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